김시우 한국군단 최연소 우승

PGA 투어 윈덤 챔피언십 최종
2부 투어 시련 겪고 한국인 5호 챔프에
전날 박인비 올림픽 금메달 이은 낭보

‘너무 어려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본격 활동에 불이익을 당했던 김시우(21·CJ대한통운)가 감격의 첫 우승을 달성했다. 한국 골프에는 박인비(28·KB금융그룹)의 올림픽 금메달에 이어 잇달아 낭보가 날아들었다.

김시우는 22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 시지필드CC(파70·7,127야드)에서 열린 PGA 투어 윈덤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3언더파 67타를 쳐 최종합계 21언더파 259타를 기록, 한때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루크 도널드(잉글랜드·16언더파)를 5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김시우는 최경주, 양용은, 배상문, 노승열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5번째로 PGA 투어 챔피언의 대열에 합류했다. 한국 선수 최연소 우승이자 이번 시즌 PGA 투어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우며 한국 군단 차세대 대표주자의 일원으로 떠올랐다. 크라이슬러 챔피언십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 대회에서는 2005년 최경주가 우승한 일도 있다.


이날 4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한 김시우는 긴장한 표정으로 경기에 나섰지만 1번홀(파4)부터 두 번째 샷을 홀 옆에 바짝 붙여 버디를 잡으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최근 58타를 친 짐 퓨릭(미국)이 3타 차로 따라온 15번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린 뒤 2퍼트로 가볍게 버디를 잡아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 2개 홀을 남기고 갑자기 쏟아진 비로 한 시간 가량 경기가 중단됐어도 김시우는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17번홀에서 파를 지킨 뒤 마지막 홀(파4)에서는 5m 가량의 버디 퍼트를 홀에 떨군 뒤 어퍼컷 세리머니로 우승을 자축했다.

김시우의 미국 진출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성고 재학 중이던 2012년 말 PGA 투어 등용문인 퀄리파잉(Q) 스쿨에 경험을 쌓기 위해 도전했다가 최연소로 합격했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였다. 만 18세가 되지 않았던 그는 2013시즌에 PGA 투어 활동이 불가능했다. 비회원이 나갈 수 있는 상한선인 8개 대회에만 초청을 받아 출전했지만 상금랭킹 125위 안에 들기에는 대회 수가 너무 적었다. 투어 출전권이 소멸돼 2부 투어로 가야 했던 그는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면서도 ‘빅 리그’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2014년 부진했던 그는 실력을 갈고 닦아 지난해 스톤브래 클래식에서 우승하는 등 상금랭킹 10위를 차지해 올 시즌 정규 투어 무대를 다시 밟았다. 이번 시즌 들어 1월 소니 오픈 4위, 커리어빌더 챌린지 9위에 올랐던 그는 지난달 바바솔 챔피언십에서 애런 배들리(호주)와 4차 연장전까지 가는 끝에 준우승하며 우승이 멀지 않았음을 예고했다.

김시우는 우승 뒤 “어젯밤에 많이 긴장했다. (도널드, 퓨릭 등) 정상급 선수들이 상위권에 있어 쉽지 않겠구나 싶었는데 잘 이겨내서 정말 기쁘다.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확도 많았다. 우승상금 100만8,000달러(약 11억3,500만원)와 함께 2017-2018시즌까지 투어 카드를 보장받았다. 특히 2017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명인열전’ 마스터스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그는 “PGA 투어에서 목표는 메이저대회, 그 중에도 마스터스 우승이고 2020년 도쿄올림픽에 나가 메달을 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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