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갤러리] 팡리쥔 '2014 여름'

팡리쥔 ‘2014 여름’ 캔버스에 유화, 180x250cm, 2014년작. /사진제공=학고재갤러리
산과 바다는 한없이 푸르건만 사람들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 민머리 인물들은 치아가 드러날 정도로 입을 크게 벌려 웃고 있지만 결코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대놓고 사나운 얼굴이거나 검은 속내를 감춘 미소, 울분이 뒤섞인 체념적 웃음이 대부분이다. 장샤오강·쩡판즈·웨민쥔과 더불어 중국 현대미술의 ‘4대천왕’으로 꼽히는 팡리쥔은 이 그림의 제목을 ‘여름’이라고 붙였다. 적갈색의 인물 군상이 파란색 배경과 대조를 이루면서도 빛나는 노란색이 자연과 사람을 이어주는 ‘묘한’ 그림이다. 부글거리는 사회와 뜨거운 여름이 묘하게 닮은 것처럼. 1963년생인 팡리쥔은 유년기에 문화대혁명을 겪었고, 대학생 신분으로 참가한 톈안먼 사태 당시 시위에서는 바로 옆에서 친구들이 총을 맞고 쓰러졌다. 그런 그가 주로 그리는 대머리 인물상은 개인의 고독감과 익명성, 냉소를 뿜어내는 동시에 사나운 표정으로 중국 사회에 대한 조롱과 기존 가치관에 대한 반항을 드러낸다. 그리해 팡리쥔은 중국 현대미술의 대표적 화풍인 ‘냉소적 사실주의’의 주요작가가 됐다. 삼청로 학고재갤러리에서 ‘기념비적 몸의 풍경’이라는 제목으로 개막한 신학철과 팡리쥔의 2인전에 그의 최근작이 선보였다. 9월25일까지. (02)720-1524~6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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