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5A09 은행별장단기예금수정
저금리 추세가 장기화되면서 은행들이 장기 예금 상품과 단기 상품의 금리 격차를 없애거나 오히려 낮게 적용하고 있다. 은행에 돈을 장기로 맡기는 고객이 이제는 홀대 받는 새로운 풍속도가 그려지는 셈이다.
22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광주은행의 ‘스마트모아드림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금리는 1.02%로 3년 만기 금리인 0.83%에 비해 0.19%포인트 높다. 이 은행의 ‘플러스다모아예금’ 또한 1년 만기 금리가 0.92%로 3년 만기 상품 금리와 대비해 0.19%포인트가량 높다. 거치기간이 길수록 예금 금리를 높게 제공한다는 은행 상품의 기본 공식이 깨진 셈이다.
거치 기간에 따른 금리 차이를 없앤 곳도 있다. 우리은행의 ‘키위정기예금(확정형)’은 1년 만기와 2년 만기 상품의 금리가 1.10%로 같다. 한국씨티은행의 ‘프리스타일정기예금’ 또한 2년 만기와 3년 만기 상품의 금리가 1.40%로 차이가 없으며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 금리는 3개월 만기와 6개월 만기가 1.15%로 동일하다.
거치기간별 금리 차이를 2~3bp(1bp=0.01%) 정도로 줄인 은행도 발견된다. 지금까지 은행들은 거치기간별 금리 차이를 최소 5~10bp 정도로 유지해왔다. NH농협은행의 ‘채움정기예금’은 1년 만기 상품 금리가 1.19%로 2년 만기 상품 대비 0.03%포인트 낮으며 ‘왈츠회전정기예금’ 또한 1년 만기 상품과 6개월 만기 상품 간의 금리차이가 0.03%포인트에 불과하다. 대구은행의 ‘DGB행복파트너예금’은 1년 만기 상품 금리가 1.16%로 2년 만기 상품과의 금리차이가 0.02%포인트에 불과하며 제주은행의 ‘사이버우대정기예금’은 1년 만기 상품 금리가 1.58%로 2년 만기 상품 대비 0.02%포인트 차이가 난다.
은행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자금을 장기로 운용해 얻는 이익보다 관련 금리 부담이 훨씬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불과 2년 전 3년 만기 정기예금에 가입한 고객들은 3%대의 이자를 받고 있다. 이 사이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다섯 차례나 인하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저 2%대 후반까지 떨어졌다. 게다가 한국은행이 올 하반기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어 장기로 돈을 맡기는 고객에 대한 금리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들의 이 같은 금리 전략에도 불구하고 은행 고객들은 예금 예치기간을 더욱 늘려잡는 추세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만기 6개월 미만 정기예금 잔액은 64조7,033억원으로 최근 6년 사이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1년 이상 2년 미만 정기예금 잔액은 350조8,403억원을 기록, 지난해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3년 이상 정기예금 잔액 또한 올 들어 최고치인 18조122억원을 기록했다.
시중은행의 한 프라이빗뱅커(PB)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미국 금리 인상에 따라 한국도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자금을 짧게 예치하는 고객이 많았지만 이제는 아예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에 베팅하며 자금을 길게 가져가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라며 “여타 시중은행들 또한 장기 예치에 따른 우대금리 폭을 줄여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