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도시락 부천역곡점 전경
본도시락 배달서비스
#. 직장인 강수연(32)씨는 최근 점심시간에 도시락 메뉴 고르는 재미에 푹 빠졌다. 1시간 남짓인 식사시간 동안 식당까지 이동하고 대기하는 시간이 만만찮고 식당 음식의 비슷한 조미료 맛에 질려 회사 인근 프리미엄 도시락 전문점에서 도시락을 주문한 후부터다. 간편하고 맛있게 점심을 해결한 후 남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강씨의 모습을 보고 함께 도시락을 주문하는 동료들도 생겼다. 강씨는 “도시락을 이용하면 집에서 도시락을 싸오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고 집밥 못지 않은 맛을 느낄 수 있다”며 “배달하는 도시락 전문점도 많아져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야외 활동을 떠나야 볼 수 있었던 도시락이 달라졌다. 1인 가구 및 혼밥족(혼자 밥을 먹는 사람) 증가에 따라 편의점 도시락을 필두로 한 도시락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도시락이 현대인의 일상으로 파고든 것이다. 특히 기존 도시락 업체들은 저가형 편의점 도시락에 맞서 고급 도시락을 주력 상품으로 내걸고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본도시락 ‘명품한정식도시락’
본도시락 ‘ ‘차돌구이젓갈쌈밥 도시락’
본도시락 ‘주꾸미삼겹구이도시락’
본도시락 ‘속초식새우닭강정’
배달 도시락 전문점인 본도시락은 2010년 ‘프리미엄 한식 도시락’이라는 콘셉트로 도시락 시장에 뛰어들었다. 고가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본도시락의 차별화된 고급 한식 메뉴는 간편하면서도 내실있게 한 끼를 먹으려는 소비자에게 호평받았고 브랜드 출범 4년만에 매장 수 200개를 돌파하며 경쟁이 치열한 시장 내 대표 프리미엄 도시락으로 자리잡았다. 본도시락의 인기 메뉴는 ‘제육쌈밥 도시락’과 ‘차돌박이강된장쌈밥 도시락’이다. 두 메뉴 모두 소비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삼는 경영철학에 따라 소비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결과물이다. 앞서 메뉴개발팀은 소비자 조사를 통해 직장인이 일평상시 접하기 어려운 음식이 채소와 나물류라는 것을 파악하고 쌈채소와 샐러드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메뉴를 개발, 맛과 영양을 동시에 살린 대표 쌈밥류 도시락을 선보였다. 한민정 본도시락 메뉴개발팀 연구원은 “주요 타깃층인 직장인이 가격보다는 건강한 제품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실제 흑미밥이나 쌈 채소 등 영양 재료들은 소비자들이 본도시락을 선택하는 요인 중 하나”고 설명했다.
도시락 메뉴에서는 보기 힘든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도 본도시락 만의 차별점이다. 키조개 관자·새송이버섯·오리구이·더덕 등을 활용한 고급 메뉴와 ‘봄주꾸미삼겹구이 도시락’, ‘냉이차돌박이된장찌개’ 등 제철 식재료를 넣은 메뉴로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였다. 또 2012년 식사에 곁들일 국물이 필요하다는 소비자의 요구를 수용해 업계 최초로 국물 메뉴를 선보였다.
프리미엄 도시락 전문점이지만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가격대는 다양하게 구성했다. 본도시락의 고급 메뉴군인 ‘품격을 담은 시간’은 1만900원~1만9,900원선으로 비교적 가격이 높다. 하지만 비즈니스용 주문량이 많아 전체 주문 건수 중 12%를 차지하는 인기 제품군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중저가 도시락 메뉴도 인기다. 쌈밥·채소류를 활용한 ‘건강을 담은 시간’ 메뉴(6,900~9,900원), 제철 식재료를 담은 ‘계절을 담은 시간’(6,200~6,700원), 김치볶음밥·닭가슴살 등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는 ‘추억을 담은 시간’(4,300~5,500원), 간식류를 담은 ‘행복을 담은 시간’(3,900~7,900원)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본도시락은 배달 서비스 카드를 꺼내들고 빠르게 성장 중이다.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 콜센터를 통해 간편하게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고객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도시락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도시락 배달 비중은 판매량의 73%로 테이크아웃의 3배에 달한다.
이진영 본아이에프 경영지원실장은 “소비자가 실제 먹고 싶어하는 도시락을 제공하기 위해 꾸준히 변화를 시도한 결과 다른 브랜드들과 차별화된 프리미엄 도시락 콘셉트를 구축했다”며 “앞으로도 브랜드 고유의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소비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메뉴와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4,000~6,000원대 중저가형 도시락을 선보여왔던 한솥도시락도 지난 4월 프리미엄 도시락 4종을 출시하며 처음으로 1만원대 도시락을 내놨다. 특제 새우로 만든 ‘점포새우프리미엄 도시락’과 고등어 데리야끼·소불고기·계절나물 등을 담은 ‘매화도시락’, 오징어까스·떡산적 등을 넣은 ‘개나리도시락’, ‘진달래도시락’ 등으로 가격은 7,000~1만2,000원대다.
국내 프리미엄 도시락 시장이 매해 커지자 일본 프리미엄 도시락 프랜차이즈 호토모토도 2012년 국내에 상륙했다. 일본에서 2,700여개 매장을 운영하는 호토모토는 4년간 명동점·서울역점·압구정점 3곳을 직영으로 운영하며 한국 입맛과 문화적 차이를 파악하고 지난 5월부터 본격적인 가맹사업을 전개에 나섰다. 2017년까지 매장을 100개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다. 호토모토는 도시락 가격을 한솥도시락의 5,000원대와 본도시락의 1만원대 사이로 책정했다.
이처럼 프리미엄 도시락 시장이 급성장한 것은 1인 가구 등 가구 형태 변화와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소비자의 건강한 식습관 추구 성향이 맞물렸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연간 도시락 시장 규모는 2조원으로 추정된다. 이 중 편의점 도시락 시장을 제외한 일반 도시락 시장은 1조3,000억원 규모다.
강병오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글로벌프랜차이즈학과 겸임교수는 “가구 변화와 함께 식습관과 식생활이 과거와는 크게 달라지면서 도시락 시장이 최근 3년 새 크게 성장했다”며 “이런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어서 프리미엄 도시락 전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