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 체험기 라이프 까톡] 롯데백화점 ‘3D 발사이즈 측정기’

발볼·발등·짝짝이 발·평발까지 확인...내 발에 딱 맞는 신발 제안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 탠디 매장에서 고객이 발 사이즈 측정 후 매장 직원에게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롯데백화점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발 사이즈를 잘 안다고 생각한다. 살면서 거의 발을 재본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사실 우리가 아는 발 사이즈는 신발을 살 때 여러 브랜드를 신어 본 뒤 가장 빈번하게 맞는 ‘제품 사이즈’일뿐이다. 실제 측정값이 아닌 제품의 표본 평균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같은 사람이라도 구두를 신을 때는 260mm, 운동화를 신을 때는 270mm 등 발 사이즈가 들쭉날쭉한 경우가 많다. 또 똑같은 브랜드의 구두를 사더라도 ‘크게 (만들어) 나온 제품’, ‘작게 나온 제품’에 따라 멀쩡한 발 사이즈가 오락가락하기도 한다. 이는 발 사이즈를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도 신발 가게에서 신발을 신어보지도 않고 디자인만 보고 고르는 경우는 거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자 역시 신발 종류·브랜드마다 발 사이즈가 일정치 않은 소비자 가운데 하나였다.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 수제화 브랜드인 ‘탠디’ 매장에서 체험한 ‘3차원(3D) 발 사이즈 측정기’는 이런 점에서 소비자에게 큰 도움을 주는 기기였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스웨덴 스타트업 기업인 ‘볼루멘탈’과 협업해 개발한 기기를 본점에 비치한 뒤 잠실점·영등포점·평촌점 탠디 매장으로 확대, 배치했다. 3D 발 사이즈 측정기를 맞춤 구두에 적용한 것은 세계적으로 처음있는 일이다.

사용 방법은 직원이 들고 있는 태블릿PC나 매장 내 키오스크 화면에 남성·여성 여부를 클릭하면서 시작된다. 이후 사각 모양의 발판 위에 올라가 편한 자세로 서면 순식간에 발을 3D로 인식해 모든 부위를 재준다. 측정된 값은 뒤꿈치부터 발가락까지 길이, 발볼 넓이, 발볼 둘레, 발 뒤꿈치 넓이, 발등 높이 등으로 나뉘어 태블릿PC와 키오스크 화면에 뜬다. 3D 입체 화면이기 때문에 손가락 터치로 발 전체를 구석구석 돌려볼 수도 있다. 3D 화면을 발바닥 부분으로 뒤집어 보면 고객의 평발 유무까지 확인할 수 있다.


기기를 통해 확인한 재미있는 사실은 무려 80% 가량의 사람이 왼발과 오른발 크기가 다른 짝짝이라는 점이다. 기자는 다행히 왼발과 오른발 사이즈가 257mm로 똑같아 신발을 따로 주문 제작할 필요없이 260mm 기성 제품을 사면 됐다. 그러나 기자에 이어 기기에 오른 한 여성 고객은 왼발 사이즈가 237mm, 오른발은 235mm여서 왼발은 240mm 제품을, 오른발은 235mm 제품을 신어야 하는 사람이었다. 또 발등이 높거나 발볼이 큰 사람의 경우도 실제 발 크기보다 큰 기성 제품을 신어야 하기 때문에 발 사이즈를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설명이다.

매장 직원은 “남성의 80% 정도는 오른발이 크고 여성 80% 가량은 왼발이 큰 편”이라며 “이런 경우 웬만하면 더 큰 발에 맞춰 구두를 제작하며, 발등이나 발볼 등이 유난히 큰 고객은 맞춤 제안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탠디는 수제화 브랜드여서 기성 제품에 없는 발 사이즈를 가진 사람이라도 구두를 맞추는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 매장에서 원하는 디자인을 선택하면 1~2주 뒤에 맞춤 수제화를 받아볼 수 있으며, 측정 데이터는 고객이 원할 경우 이메일로도 받아볼 수 있다. 기록을 시스템 내에 저장하기 때문에 다음 제품을 살 때도 재측정할 필요없이 디자인만 선택하면 된다.

매출 효과도 뛰어나 롯데백화점 본점 탠디 매장은 3D 발 사이즈 측정기 비치 이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10% 이상 늘었다. 하루 평균 30~40명이 여기서 발을 재며 이중 14명은 제품까지 주문한다는 후문이다. 롯데백화점은 이 기기에 대한 효과를 더 지켜본 뒤 적용 브랜드와 점포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팽진아 롯데백화점 옴니채널팀 대리는 “고객들이 발 사이즈를 직접 재면서 제품에 대한 신뢰가 더 높아진 효과가 있다”며 “기기를 특정 매장이 아닌 다른 장소에 놓아 브랜드 구분 없이 고객들이 자율적으로 잴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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