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4전5기 민영화 시동] 헐값논란 정면돌파 '신속한 민영화'에 초점...투자자가 행장 선출

경영권 프리미엄 포기...시장 경쟁 통해 가치 제고
4% 이상 낙찰자 사외이사 추천권 갖고 경영 참여
진성 투자자 확보·정부 보이지 않는 개입이 변수

정부가 22일 발표한 우리은행 과점주주 매각방안은 공적자금 회수 최대화가 아닌 신속한 민영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조속한 민영화를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데 힘을 실은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방안을 두고 정부가 사실상 ‘우리은행 헐값매각 논란’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우리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주당 1만3,000원 정도를 받아야 하는데 이날 종가 기준 우리은행 주가는 1만250원이다. 지난해 5차 소수지분 매각 당시 가격이 1만1,050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외이사 추천권’ 등 일부 인센티브를 감안한다고 해도 매각가격이 큰 폭으로 뛰기는 어렵다.

정부는 대신 우리은행을 시장에 돌려주고 은행 간 경쟁을 촉발시켜 민간 중심의 경쟁적인 은행산업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금융권에서는 수차례의 산고 끝에 나온 이번 매각방안이 현시점에서는 가장 현실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정부가 여전히 우리은행의 대주주(예금보험공사 지분 21%)인 상태에서 완벽하게 ‘빅브러더’ 역할을 버릴 수 있을 것이냐는 부분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4% 이상 투자자 우리은행 행장 선출까지 맡는다=정부는 이날 발표한 우리은행 과점주주 매각방안에서 ‘투자자 유인책’으로 매각 이후의 우리은행 지배구조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4% 이상 지분을 낙찰받은 투자자는 사외이사 추천권을 갖게 되며 이를 통해 우리은행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매각 대상인 30%의 지분을 5~6개 투자자가 나눠 가진다고 가정하면 이사회 내에 5~6명의 투자자 추천 이사들이 들어오고 이들이 우리은행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투자자 추천 이사들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행장과 임원들을 선출할 수 있고 투자자들의 가장 큰 관심인 배당률에도 관여할 수 있다. 정부는 당장 올해 말로 예정된 우리은행 행장 선출권을 이들에게 맡길 예정이다.

정부는 특히 가급적 많은 물량으로 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유도하기 위해 물량 규모별로 유인을 차등화했다. 예를 들어 6% 이상 투자자가 추천한 사외이사는 3년간 임기를 보장하고 6% 미만 투자자 추천 사외이사는 2년만 보장하는 식이다.

매각 이후에도 예금보험공사는 법적으로 여전히 최대주주의 지위를 보유하게 되나 매각이 성공할 경우 예보와 우리은행 간 경영정상화이행약정(MOU)은 즉시 해지된다. 민간 주도 경영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되 최대주주인 예보는 비상무이사를 통해 우리은행 기업가치와 관련된 중요한 상황에 대해서만 개입하겠다는 것이 금융위원회 측의 설명이다.

◇진성 투자자 확보 여부와 비가격요소가 쟁점=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한 이번 매각방식을 통해 우리은행 매각은 어느 때보다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은행업은 성장 모멘텀은 부족하지만 여전히 안정적인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앞으로 매각 과정에서 최대 쟁점은 우리은행과 정부가 그동안 진성 투자자를 얼마나 확보했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금융당국의 정보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가 된다.

이와 관련해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올 상반기까지 미주와 일본 등에서 총 50여개 투자자를 접촉했으며 이 가운데 20여개 투자자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이후 정부 차원의 투자자 점검 과정을 진행한 끝에 이날 매각방안을 확정 지었다. 이에 따라 이번만큼은 정부가 사실상 ‘투자자 리스트’를 보유한 상태에서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저금리에 시달리는 일본 쪽 투자자들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오는 11월까지의 은행주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은 변수”라고 전했다.

정부가 낙찰자 결정 과정에서 가격요소와 함께 보겠다고 밝힌 ‘비가격요소’도 향후 쟁점 가운데 하나다. 정부는 과점주주가 앞으로 우리은행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특수성이 있는 만큼 비가격요소를 입찰 과정에서 일부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으나 구체적인 요건을 설명하지 않았다. 매각 과정에서 정부가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이 부분이 향후 입찰 과정에서 잡음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며 정부의 빅브러더 논란을 해소시키지 못하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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