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복지지출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국민들의 체감은 여전히 바닥권이다. 전문가들은 △지출 효율성 저하 △미흡한 소득 재분배 효과 △무상복지를 둘러싼 논란 △복지 컨트롤타워 부재 등을 현재 우리나라 복지 시스템이 안고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①떨어지는 지출의 실효성
현 정부는 ‘맞춤형 고용·복지’를 추구하고 있다.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국민 체감형 복지를 우선시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복지 대상을 확대하는 데 급급하다 보니 실제 지원을 받아야 할 계층이 오히려 소외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소득 하위 70%인 65세 이상 노인에게 매달 20만원을 지급하는 기초연금제도만 보더라도 소득과 재산을 고려해 계산하는 소득인정액이 독거노인은 월 100만원, 부부 노인가구는 월 160만원을 넘지 않으면 된다. 지난 2014년 7월 424만명의 노인에게 처음 지급된 후 수급자가 조금씩 늘어 올해 2월 기준 454만명이 받았다.
그러나 기초생활수급자는 혜택을 볼 수 없다.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에서 20만원을 뺀 돈만 받는다. 기초연금으로 받은 20만원이 소득인정액에 산정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다른 기초생활 수급자와의 형평성, 기초생활 생계급여에서 제외된 비수급 빈곤층과의 소득 역진성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로 인해 절감되는 예산이 한 해 6,000억원에 불과하다”며 “가장 가난한 노인들이 기초연금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②미흡한 소득 재분배 효과
정부의 복지지출은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지만 현행 시스템은 복지의 기본적인 기능 중 하나인 소득 재분배 효과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복지 분야에서 30%가 넘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공적연금은 급여에서 보험료를 징수해 조달한다. 일정 기간 이상 보험료를 내야 하는 자격요건이 있고 수급자도 사실상 정해져 있다. 수급자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국민들은 더 높은 수준의 복지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 같은 공적연금제도가 유지되는 상태에서 다른 부분으로의 확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소득 빈곤층은 대상자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나라 사회복지지출 비중은 국민들이 부담하고 있는 사회복지비 지출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③무상복지를 둘러싼 잡음
무상복지는 총선이나 대선 과정에서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그러나 무상급식은 저소득층보다는 사실상 중산층 복지에 집중돼 있다. 더구나 무상복지 공약으로 당선된 후보자가 선거 이후 입장을 바꾸면서 제도가 선별 도입되거나 중단 선언이 이어지면서 국민들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2월 ‘증세 없는 복지’ 논란에 무상복지 논란이 불거지자 ‘선(先) 구조조정-후(後) 증세’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국민들의 동의를 얻어 무상복지 문제 해결 등을 위한 논의를 하겠다는 것이었지만 제대로 된 논의를 해보지도 못했다.
집행 과정도 문제다. 무상복지를 둘러싼 논란으로 정책 자체가 춤을 추고 있다. 무상보육의 경우 7월부터 워킹맘은 기존대로 전액 지원한다. 그러나 주부는 6시간만 지원하고 있다. 국민들은 복지가 축소됐다고 느끼는 것이다.
④복지 컨트롤타워의 부재
현재 복지 주무부처는 보건복지부다. 그러나 포괄적인 범위의 복지는 복지·고용·주거 등 다양한 분야에 흩어져 있다. 예를 들어 근로장려금(EITC)은 국세청, 주거급여는 국토교통부, 에너지바우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담당하는 식이다. 복지 부문의 공식 컨트롤타워는 국무총리실 산하 사회보장위원회다. 그러나 사회보장위원회는 기존 복지의 부정수급 문제나 유사·중복 부문 구조조정만 담당하고 있을 뿐 연금개혁 등 본질적인 문제에는 손도 못 대고 있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는 지적이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