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의 변심…‘분수효과’ 불 댕기다=분수효과가 처음 주목받은 것은 2012년 스위스 다보스포럼 때였다. 당시 포럼의 수장 격인 클라우스 슈바프 제네바대 교수는 “(자본주의 행태에 대해) 반성한다”며 낙수효과에 의문을 제시했다. 이후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성향이 강한 국제통화기금(IMF)도 가세하며 분수효과에 힘을 실었다. 2014년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한 강연에서 “불평등이 장기적인 경제전망을 위협하고 있으며 배타적인 경제를 낳고 사회통합의 끈도 찢고 있다”고 강조했다.
IMF는 방대한 실증분석 결과도 내놨다. 2015년 ‘소득 불평등의 원인과 결과’에서 1980년부터 2012년까지 159개국의 소득과 경제성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소득 상위 2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포인트 높아지면 전체 경제성장률이 5년간 연평균 0.08%포인트씩 하락했다. 반면 하위 20%의 소득 비중이 1%포인트 상승하면 전체 경제성장률은 0.38%포인트씩 올라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을 특정해서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더 나은 한국을 위한 정책’ 보고서에서 “대기업에 의해 주로 이뤄지는 수출은 내수와 고용에 대한 낙수효과가 예전만 못하다”며 “이로 인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도권과 지방, 제조업과 서비스업 사이의 생산성 격차가 극대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총수요 부족…필요계층에 복지 집중해야=최근 국내외에서 분수효과가 주목받는 것은 총수요 부족 현상과 연관이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전과 달리 기업이 제품을 만들어도 잘 팔리지 않게 되는 총수요 부족현상이 나타나면서 가계소득 증대를 통해 총수요를 회복하고 경제성장을 꾀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라고 풀이했다.
실제 부유한 사람들은 소비성향이 저소득층에 비해 낮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고소득층인 소득 10분위의 평균소비성향은 지난해 57.3%로 전체 소득분위 중 가장 낮았다. 가처분소득 100만원 중 57만원만 쓰고 나머지는 저축한다는 의미다. 반면 저소득층은 소비성향이 높다. 극빈층인 1분위의 소비성향은 114.9%로 가처분소득보다 더 많은 돈을 썼다. 즉, 돈을 안 쓰는 고소득층 소득이 늘어나는 것보다 저소득층 소득이 늘어나야 민간소비가 늘어나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분수효과를 위해 어떤 방식의 정책이 필요할까. IMF는 재정을 통해 복지를 늘리되 혜택을 극빈층에 집중하고 일회성 지원이 아닌 재교육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IMF는 “재정을 정교하게 설계된 복지정책에 동원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빈부격차 해소 정책”이라며 “극빈층에게 타깃화된 사회복지 프로그램과 교육 및 보건복지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로빈후드세 신설” VS “세원 넓혀야”=다만 복지를 위한 재원 마련에는 입장이 갈리고 있다. 한국에서는 야당이 부자에게 세금을 거둬 빈자에게 나눠주는 이른바 ‘로빈후드세’를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과표 500억원 초과 법인의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는 법안을 발의했으며 소득세 과표 5억원 초과에 41%의 세율을 매기는 구간도 신설하기로 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자가 보유한 부동산 등 재산에 대해 과세를 강화해 빈자에게 주는 소득재분배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소수의 부유한 기업과 개인에 세금을 물리는 것은 상징적 의미만 있을 뿐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고 조세 탈루만 늘릴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대신 이들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한국의 근소세 면세자 비율은 48%에 달한다. 미국은 2012년 면세자 비율이 35.8%고 호주는 25%다. 영국은 면세자 산정기준이 우리와 다르지만 3% 내외에 불과하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