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NK캐피탈의 마이크로파이낸스 연 대출금리는 30% 수준이다. 국내에서는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금융업이 발달하지 않은 미얀마 시장에서는 합리적인 수준의 금리로 평가 받고 있다. 현지 주민들은 주로 사채시장에서 돈을 빌리는데 월금리가 무려 20% 가까이 된다. ‘착한 금리’ 덕에 BNK캐피탈은 영업개시 1년 7개월여 만에 미얀마 주민들의 마음을 잡는 데 성공했다. 5명으로 시작한 사업장은 현재 직원 수가 155명까지 증가했다. 영업점도 미얀마 양곤에서 시작해 양곤 인근의 몬주(州)까지 총 8개소로 확대했다. 김순조 BNK캐피탈 미얀마 현지법인장은 “기존 마이크로파이낸스 업체들이 대출신청에서 대출금 수령까지 보름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 데 비해 BNK캐피탈은 10일로 대폭 단축했다”며 “현장 직원들에게 심사권한을 주고 대출 절차를 빠르고 간소화해 현지인들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BNK캐피탈·우리은행에 이어 최근 신한카드·JB우리캐피탈 등도 미얀마 마이크로파이낸스 사업 문을 두드리고 있다. 미얀마 마이크로파이낸스 시장은 잠재인구를 포함하면 1조~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얀마는 5,500만명이 넘는 인구뿐 아니라 15% 안팎에 달하는 예대마진 덕에 외국계 금융사의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홍석우 신한은행 미얀마 법인장은 이와 관련, “현지 사채시장의 금리가 워낙 높다 보니 마이크로파이낸스 금리는 서민들에게 상대적으로는 낮은 수준으로 평가받는다”며 “국내와 비교하면 영업비용이 많이 발생하지만 예대마진이 높아 수익성은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크로파이낸스로 활로를 튼 국내 금융업체들의 최종 목표는 은행업과 리스여전업 등 종합금융업이다. 미얀마 군부는 그동안 외국 자본의 유입을 꽁꽁 막다 4년 전부터 해외에 문을 열기 시작했다. 오랜 폐쇄정책으로 미국이나 유럽 금융자본은 물론 일본·중국도 아직 이 시장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런 배경으로 우리 금융사들에는 ‘기회의 땅’으로 평가받지만 상황이 녹록하지는 않다. 일본은 무려 4조원에 달하는 공적개발원조(ODA)를 앞세워 미얀마 정권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고, 중국은 각종 현지 인프라 사업을 지원해 미얀마에서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또 태국·싱가포르는 문화적 이질감이 적어 한국계 금융사보다는 비교 우위에 있다. 국내 금융업계는 이를 돌파하기 위해 ‘한국식 정(情)’과 밑바닥 민심 다지기에 돌입하고 있다.
올 초 한국계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미얀마에서 은행업을 인가받은 신한은행은 이를 위해 시골 마을에 학교를 건립하기도 하고 미얀마 국가대표 선수단에 유니폼을 무상 제작해주기도 했다. 또 미얀마 정부가 국내 기업으로부터 농기계 수입을 계획하자 8,500만달러(950억원)를 대출해줬다. 우리파이낸스와 BNK캐피탈 역시 노동자 거주지역 내 방과후학교를 설립하고 사회공헌활동을 하며 민심을 다지고 있다.
안 법인장은 이와 관련해 “국가 차원에서 대규모 자본력을 투입하는 일본과 중국, 정서·심리적으로 거리감이 없는 아세안 국가의 금융업체와 한정된 금융업 인·허가권을 두고 경쟁하기에 현실적으로 벅찬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양곤=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