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생산기지로 떠올라”··대(對)베트남 수출도 나홀로 고공행진

국내 점유율 첫 6% 돌파··7년 만에 비중 3배나 늘어
전문가,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네트워크 확대 필요”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이었던 수출이 오랜 침체기에 돌입한 가운데 베트남 시장이 홀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25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사상 처음으로 우리나라 3대 수출국(홍콩 포함 순위)으로 올라선 베트남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 비중(7월까지 누적 기준)에서도 6%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수출 점유율 6.4%로 14.0%인 미국의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올해 7월까지 대(對)베트남 수출 규모는 180억215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1%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체 수출이 전년보다 10.1% 줄어든 점과 비교하면 두드러진 성과다. 우리나라 1위 수출 대상국인 중국(-13.5%)을 비롯해 미국(-5.4%), 일본(-12.0%) 등 주요 교역국과도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베트남은 지난 2009년 처음으로 우리나라 10대 수출국에 10위로 간신히 턱걸이했다. 당시 우리나라의 베트남 수출액은 71억4,948만 달러로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후 베트남은 해마다 10대 수출국 순위를 끌어올렸다. 2010년 9위, 2011년 8위, 2012년 6위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에는 한때 우리나라 최대 수출상대국이던 일본을 5위로 밀어내고 4위에 올랐다. 3위 홍콩이 중국 무역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베트남은 지난해부터 사실상 우리나라의 3대 수출 무역국으로 올라섰던 셈이다.

그 사이 우리나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6.4%로 3배 넘게 급증한 것이다.


베트남 시장이 이처럼 최근 급성장한 것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글로벌 제조업체의 전략적 생산기지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저렴한 인건비, 정부의 적극적인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 정책 등 매력적인 요인들로 인해 여러 나라가 베트남을 중국에 이은 차세대 해외 생산기지로 선택하는 것이다.

실제로 베트남에서는 원부자재 등 중간재 수요가 2009~2014년 5년간 연평균 17.6%씩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이 지난해 12월부터 발효됨에 따라 양국 교역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문병기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베트남 주요 산업단지에 글로벌 브랜드의 제조공장이 들어서고 있지만 현지 기업에서 소재와 부품을 조달하기는 쉽지 않은 형편”이라며 “단기적으로 베트남의 부품·소재 수입 증가세는 지속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장기적으로는 베트남의 원부자재 글로벌 소싱과 현지 조달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 기업은 핵심 고부가가치 소재·부품을 개발하고 해외 판매 네트워크를 확대해 이 같은 추세에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투자 규모에 비해 우리나라 진출기업의 경영성과가 저조한 점 등은 풀어야 할 숙제로 지적된다.

코트라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베트남으로 직접 투자한 규모는 2015년 150억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영업이익률과 당기순이익률은 각각 2.3%, 0.6%로 전세계 우리 진출기업 평균인 3.2%, 1.7%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윤정 코트라 글로벌전략지원단 전문위원은 “총량 기준 접근에서 벗어나 부가가치 창출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현지 투자는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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