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김한길, 6개월 만의 어색한 만남

-총선에서 야권 단일화와 불가론으로 멀어진 뒤 정치적 입지 달라져
-안철수는 대권 행보에 올인…김한길은 정치적 야인으로 재기 모색
-서로 건강 상태만 물의며 정치적 대화는 삼가해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왼쪽)가 24일 오후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형인 김밝힘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초구 강남성모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한 뒤 김 전 의원을 위로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24일 김한길 전 새정치연합 대표와 6개월 만에 만났다. 이날 만남은 김한길 전 대표의 형님상 빈소가 차려진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이뤄졌다.

4·13 총선을 앞두고 야권통합 문제로 등을 돌린 두 사람은 예의를 갖춰 서로 대했지만 어색한 기류가 감돌았다.

안 전 대표는 이날 대전에서 열린 과학기술인 간담회에 참석한 뒤 밤늦게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김 전 대표의 형님상 빈소가 차려진 강남성모병원으로 향했다.

안 전 대표는 “형님께서 지병이 있으셨느냐”며 위로를 건넸고, 김 전 대표는 안 전 대표의 손을 맞잡으며 “제 선친께서 69세 되시던 해 8월에 돌아가셨는데 형님도 69세에 돌아가셨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접객실로 자리를 옮긴 두 사람은 서로의 건강을 물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안 전 대표가 “요즘도 자전거를 계속 타시느냐”고 묻자 김 전 대표는 “네, 건강관리를 열심히 하고 있다. 신문을 보니 호남에 가신다면서요”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안 전 대표는 “주말에 호남에 간다. 저는 계속 운동을 하는데, 오늘 아침에도 중랑천을 5㎞ 정도 쉬지 않고 뛰고 왔다”고 말했고, 김 전 대표는 “저는 강가에서 자전거를 탄다. 벤치에서 한두 번 쉬긴 하는데, 힘들어서 쉬는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김 전 대표는 안 전 대표 옆에 앉은 최원식 전 의원을 향해 “어떤 당직을 맡고 있느냐”고 물은 것 이외에는 당과 관련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았고, 자리는 10분이 채 안 돼 서둘러 마무리됐다.

두 사람은 지난해 말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탈당 이후 국민의당을 함께 창당했지만 지난 4·13총선을 앞두고 ‘야권 후보 단일화론(김한길)’과 ‘불가론(안철수)’으로 맞서면서 서로 정치적으로 멀어졌다. 김한길 전 대표는 당시 선거대책본부장 자격으로 “더불어민주당과의 야권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민의당은 10석도 건지기 어렵다”고 선언한 뒤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갑에 불출마선언을 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에 실패해 책임을 통감한다는 것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야권후보 단일화가 실패하고 더불어민주당이 서울 광진갑에 후보를 낼 경우 김 전 대표 자신의 당선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불출마를 선언한 셈이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김한길 전 대표의 단일화론에 기대를 걸고 김 전 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갑 공천을 미루는 등 국민의당과 김 전 대표를 압박했다.

안 전 대표는 끝내 야권 후보 단일화 대신 국민의당 후보를 내면서 20대 국회에서 38석을 차지, 원내교섭단체 자격을 갖춘 어엿한 제3당으로 자리매김했다. 김 전 대표 입장에서는 안 전 대표가 야권 후보 단일화를 거부하면 자신이 20대 총선에서 낙선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요구를 외면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본인의 정치적 예상과 달리 안 전 대표의 판단이 옳아 김 전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실제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지난 4·13총선 당시를 회상하며 안철수 전 대표의 정무적 판단이 옳았음을 시인했다. 그는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보좌진협의회 출범식 축사에 나서 “안철수의 판단은 옳았고, 박지원의 판단은 틀렸다”며 “총선결과 분열했음에도 최초로 야당이 승리했다. 야당의 뿌리인 호남을 석권했고, 비호남권에서는 제2당으로 도약했다”고 지난 4·13총선을 되돌아봤다. 박 위원장은 “저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정치를 배웠기 때문에 야권은 단일화해야 승리한다고 배웠다. 그래서 국민의당 때도 통합을 얘기했다”며 “그런데 안철수 대표가 전화해 ‘이번에는 3당 된다’ ‘제발 야권통합 단일화 얘기만 말아달라’고 했다. 저는 믿지 않았지만 하도 간곡하게 말해 알겠다고 했다”고 숨겨진 일화를 들춰냈다. 이어 “저는 우리당이 망할 것으로 알았다. 그래서 총선에서 망하면 (야권) 대통합을 이뤄 정권교체의 길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결과적으로) 안철수의 판단은 옳았고, 박지원의 판단은 틀렸다”고 인정했다.

내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를 겨냥해 주말마다 호남을 방문하고 언론인들의 빈소까지 찾는 등 자신만의 스킨십 정치를 하는 안철수 전 대표와 야권 후보 단일화에 실패하면 국민의당은 몰락할 것이라고 예상한 김한길 전 대표가 앞으로 펼쳐질 대통령 선거에서 어떻게 재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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