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타임 천문학자

허그가 촬영한 ‘삼렬성운(Trifid Nebula)’의 모습. 궁수자리에 위치한 이 성운은 지구로부터 5,200광년 떨어져 있다.
기계기술자인 개리 허그는 12살이 되던 해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망원경을 받았다. 이후 지금까지 별은 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때문에 틈만 나면 인근의 천문대를 찾아가 몇 시간씩 밤하늘을 바라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매번 천문대를 가야하는 상황을 바꿔보고 싶었다. 그래서 직접 천문대를 가져보기로 결심했다.

재미로 하는 비공식적 경기를 뜻하는 ‘샌들랏(sandlot)’이란 단어에서 착안해 작명한 그의 ‘샌들랏 천문대’는 집 뒷마당에 목제로 지은 일종의 오두막이다.

천문대와 세탁실을 겸한 이 오두막 안에는 길이 2.1m, 중량 680㎏의 망원경이 장착돼 있는데 22인치(55.8㎝) 반사경과 망원경 위치 제어용 모터를 제외한 모두를 허그가 직접 제작했다.



개리 허그는 낮에는 식품공학자와 기계기술자다. 하지만 밤에는 뛰어난 실력의 아마추어 천문학자로 변신한다.
그는 망원경에 ‘리틀 블루 22’라는 이름도 붙여줬다. 반사경의 직경과 어린 시절 할아버지로부터 낚시를 배웠던 리틀 블루강을 합쳐서 만든 것이다.

“그 강에서는 어떤 물고기를 낚게 될지 알 수 없었어요. 망원경도 마찬가지죠.”

이런 열정에 힘입어 허그는 1997년부터 지금까지 약 300개의 소행성과 1개의 혜성을 발견했다. 현재는 명왕성 인근의 천체들과 최대 110광년 떨어진 거대 발광 천체인 퀘이사의 관측에 주력하고 있다.

“발견의 기회는 언제든 있습니다. 새벽 2시에 그 사실을 기억해내기란 어렵지만 보통 그 시간에 뭔가를 발견하곤 합니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by SARAH FEC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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