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 원장 인터뷰/권욱기자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건국대 초빙교수)은 2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제정치학 이론에 따르면 핵무기 없는 대한민국은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의 인질이나 노예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북한이 핵으로 우리를 위협하면서 감 내라 배 내라 하면 어떻게 거부할 수 있겠느냐”며 “이렇게 되는 것이 바로 인질이나 노예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군 준장으로 예편한 후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환교수, 세종연구소장 등을 거치며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인 송 전 소장은 인터뷰가 진행된 한 시간 반 동안 해박한 국제정치학 이론과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안보 위기와 대응 방안을 진단했다.
이날 아침 북한은 관영매체를 통해 김정은의 지난 24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참관 사실을 대대적으로 공개하면서 ‘핵보유국’임을 과시했다. 송 전 소장은 이처럼 전례 없는 북한의 핵탄두·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이미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 후 많은 세계 전문가들이 북한의 핵탄두 개발은 98% 완성됐다고 판단했고 올해 초 4차 핵실험 후에는 핵탄두 개발이 사실상 완성됐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어 “핵탄두를 실어나를 발사체 역시 북한이 단거리 스커드미사일, 중거리 무수단미사일, 장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그동안 수없이 시험했고 어제 SLBM 시험발사까지 성공한 것으로 보면 이제 핵무기를 실전에 배치할 단계가 됐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사실상 핵보유국이 된 북한에 맞서 우리도 ‘핵무장’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근거로 인도와 파키스탄의 사례처럼 핵무기를 보유한 적대국들 간 평화가 유지된다는 국제정치학의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 개념을 제시했다. 송 전 소장은 “인도와 파키스탄이 그렇게 싸우다가 양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자 역설적으로 평화가 찾아왔다”며 “이게 바로 공포의 균형”이라고 설명했다. 송 전 소장은 “미국에 얘기해 잘 안 되면 러시아 등 다른 핵보유국에도 핵을 빌리든지 구매하겠다고 하는 배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자체 핵무장론에 대한 대표적인 반론은 “우리가 핵무장에 나서면 북한처럼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게 되는데 대외무역 비중이 큰 경제구조 때문에 감당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그는 “북한 핵무기에 대한 대응은 대한민국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며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면 대한민국이 없어지는데 그때 가서 수출이나 경제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2004년 미 국방부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서울 상공에서 핵이 터질 경우 125만명이 즉사한다는 수치도 제시했다.
한국의 핵무장을 반대하는 미국 정부의 정책, 한국의 핵무기 제조 능력, 한국의 핵무장이 대만·일본 등 동북아 전체의 핵무장으로 이어질 가능성 등 다른 반론들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고 하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생결단의 자세로 나서야 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핵개발은 1956년 김일성이 과학자들을 소련에 보내면서 시작돼 60년 동안 김정일·김정은까지 3대에 걸쳐 이뤄진 집념의 작품”이라며 “19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이후 대화와 협상으로 25년을 보냈는데 북한이 늘 합의를 지키지 않아 소용없었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대해서는 “그동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채택된 결의안들의 내용도 철저하지 못했고 결의를 위반했을 때 어떻게 한다는 것도 없었다”며 “북한과의 무역 규모가 큰 중국이 제대로 나서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는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반발과 관련해 “사드 배치의 원인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중국에 북한을 비핵화시키지 못하면 사드 배치에 대해 반대할 자격이 없다고 당당하게 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