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전후 금값은 수직 상승했다. 불안의 벽을 타고 오른다는 속설처럼 금값은 5월 말~6월 말 사이 무려 12% 급등했다. 뜨겁게 달아오르던 금값은 여름이 다가오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최근 2개월 동안 박스권 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브렉시트 불안감이 점차 잦아든 게 결정적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27일(한국시간) 미국의 휴양지 잭슨홀에서 개최되는 세계 중앙은행장 연례 연찬회(잭슨홀미팅) 이후 금값 방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제 금값은 25일 온스당 1,329.50달러로 이달 들어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는 8월 들어 2%, 지난 7월6일 올해 고점인 온스당 1,374달러에 비해 3.3% 떨어진 것이다. 국내 금 시세도 지난달 사상 최고가를 돌파했지만 최근 들어 4만8,000원대를 유지하며 횡보하고 있다.
최근 이처럼 금 랠리가 주춤한 것은 잭슨홀미팅을 앞둔 경계감이 발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2년 만에 잭슨홀미팅에 참석하는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미국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을까 관측하고 있다. 미국이 지난해 12월에 이어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달러 가치가 상승해 금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국제시장에서 달러로 거래되는 석유와 금은 대체로 달러 가치와 반대 방향을 움직인다. 다만 국제유가 동향은 지정학적 변수에 민감한 반면 금값은 금융시장 불안에 더 반응한다는 차이가 있다. 금이 위험 회피 또는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옐런 의장이 일반적인 예상처럼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의 신호를 준다면 금값은 어떻게 움직일까.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상될 경우 달러 가치가 높아져 금 랠리가 주춤하긴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금 시세에는 주가 지수뿐 아니라 금리·달러·국제정세 등 다양한 영향을 미치지만 올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심리”라며 “옐런 의장의 발언으로 일시적으로 약세를 보일 수도 있지만 올해 말까지는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 현 수준에서 10% 이상까지도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금융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해 금값이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금 투자를 무턱대고 안전자산 용도로 보유하는 것은 위험한 투자라는 지적도 나온다. 홍성기 삼성선물 연구원도 “올해 중국 주식 시장 급락과 브렉시트라는 특정 이벤트들을 제외하고 금 가격 흐름을 좌우한 최대 요인은 단연 미국 금리 인상 속도와 그에 대한 전망”이라며 “최근 금 가격이 연중 최고점을 회복하지 않는 이유는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