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5 가계부채 대책 평가 및 전망
정부의 이번 ‘8·25 가계부채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제한적이나마 공급조절 효과 및 단타를 노린 투기수요 감소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런 가운데 이번 대책이 강남권과 비강남권, 수도권과 지방 등 상품별·지역별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우선 이번 대책이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대책에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 등은 제외돼 올가을 분양시장의 특수를 막지는 못하겠지만 당장 내년이나 내후년에 나올 추가 분양·인허가 물량을 사전에 차단하는 수급조절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부정적인 견해가 오히려 많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시장 위축과 정책 효용성 사이에서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면서도 “주택을 줄이면 가계대출이 줄어든다는 단순한 정책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전문위원도 “분양권 전매제한이나 청약통장 기간을 늘리는 등의 직접적 규제 없이는 파급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실제 시행까지 시간이 걸리는 전매제한 같은 대책에 앞서 장기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해 주택시장을 관리하겠다는 의미”라면서도 “나쁜 방향성을 아니지만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공공택지 공급을 줄이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심 교수는 “주택공급을 줄인다는 것은 공공의 주택공급 역할을 망각한 발상”이라며 “늘었다 줄었다 들쭉날쭉한 주택 정책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안성용 우리은행 부동산팀 차장도 “과거 9·1대책 때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수도권 신규 택지공급을 하지 않겠다던 발표와 비슷하다”며 “공급량 축소로 가계부채를 줄이기보다는 향후 2~3년 내 아파트 가격상승 같은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평가와 전망에 대해서는 다소 엇갈리지만 이번 대책이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집단대출 심사 강화에도 서울·수도권은 타격이 적은 반면 지방에서는 심각한 수준까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심 교수는 “지방의 경우 이미 지난해부터 PF 심사가 강화되면서 인허가·대출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사업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지방 사업자의 고통만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저금리에 규제가 겹치면 사업성 있는 서초·강남 분양은 더 잘될 것이고 분양·PF 보증에서도 지방의 타격이 더 커지는 등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집단대출 규제가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면 전매차익을 노리는 투기꾼은 물론 실수요층으로도 피해가 직결된다”며 “보증요건 강화 역시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방 주택시장, 중소형 건설업체가 먼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 교수는 “이번 대책들로 가계부채가 줄지는 않아도 증가속도는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걱정스러운 것은 과거 일본이 금리 인상, 대출 억제를 한 번에 밀어붙이며 부동산 가격이 폭락해 ‘잃어버린 20년’을 자초한 경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추가 대책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