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첨단기술마저 일일이 허락받으라는 황당한 노조들

귀족노조의 횡포가 끝이 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임단협 교섭 현황을 조사해보니 노조들의 황당한 요구가 비일비재했다. 특히 인사·경영권을 제약하는 노조의 생떼는 도를 넘고 있다.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을 위해 첨단기술이나 새로운 설비를 들여올 때도 노조와 협의할 것을 고집한 경우가 전체의 27%에 달했다. 미래를 위한 투자마저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에 유리한지 불리한지 따져보겠다는 심산이다.


이 같은 실정에서 혁신이 나올 리 만무하다. 조합원의 인사이동·징계시 동의를 받으라는 노조도 37%에 달했다. 인사 문제까지 노조가 끼어들겠다는 것인데 이런 상황에서 직원들의 적재적소 배치는 언감생심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10곳 중 2곳은 신규 채용이나 하도급 인원까지 제한하라고 압박하고 있다니 기가 찰 일이다. 청년 일자리는 나 몰라라 하고 현 노조원만 잘 먹고 잘살면 그만이라는 격이다.

그러면서도 자기 자식에게 일자리를 세습하려는 이중성은 버리지 않고 있다. 채용시 조합원 자녀 우대를 요구한 경우가 13%를 넘었다. 올 초 고용노동부 조사에서도 100인 이상 사업장 4곳 중 1곳은 ‘우선·특별채용’이라는 이름으로 단체협약에 고용세습 조항을 담고 있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 노동시장의 경직성 해소를 경고한 이유를 알 만하다. OECD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우리 노동시장은 터무니없이 왜곡돼 있다.

이렇게 된 데는 철밥통 사수에 혈안이 된 귀족노조 탓이 크다. 평균 연봉 8,000만원을 받는 노조는 회사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는데도 임금을 올려달라고 회사를 협박할 정도다. 귀족노조에는 내수절벽과 수출 곤두박질 등으로 경고등이 켜진 기업 경영여건은 남의 일인 것이다. 노사가 합심해도 모자랄 판에 노조가 밥그릇 챙기는 데만 급급한 회사의 앞날은 뻔하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