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타협 가능...韓 핵무장해도 한미동맹 유지될 것"

설득력 얻는 '자체핵무장론'
美, 핵무기 보유한 이스라엘·印 등과도 우호적 관계 유지
핵무장땐 연 9조 달하는 무기구입비도 대폭 줄일 수 있어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는 북한의 핵무기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자체 핵무장론’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4차 핵실험을 비롯해 지난 24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성공 등 핵무기 개발 진전에 따라 이러한 반대에 대한 자체 핵무장론자들의 반론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핵무기 없는 세상’을 외교안보 목표로 내세우면서 한국의 핵무장에 부정적인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입장은 자체 핵무장론의 대표적인 반대 근거로 제시된다.우리 정부가 미국이 반대하는 핵무장에 나서면 한미동맹 해체 및 안보 문제, 더 나아가서는 한국 경제의 파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은 “언제까지 우리의 존망을 미국에만 맡겨놓을 수 있느냐”며 “동맹국이라도 그 관계는 항상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우리의 안보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도 “한국과 미국이 타협할 가능성을 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며 “미국 내에서도 한국이 가진 지정학적 가치를 감안해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반박한다. 실제로 미국은 핵무기를 보유한 이스라엘·인도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성장 실장은 “우리가 핵 개발을 추진한다고 해도 한미동맹은 유지해야 한다”며 “미국의 타협을 이끌어 내기 위해 우리가 개발한 핵무기를 한미 공동관리 아래 두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핵무장에 나서면 북한처럼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게 돼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특성상 감당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송대성 전 소장은 “경제는 잘 사느냐 못 사느냐의 문제이지만 지금 한반도에서 핵은 사느냐 죽느냐, 나라가 유지되느냐 망하느냐의 문제”라며 “우선순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원자력 기술 수준이 높기 때문에 핵실험 없이 은밀하게 핵 개발이 가능하고, 그럴 경우 물밑에서 국제사회와 타협하면서 제재수위를 낮출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성장 실장은 “한국은 이미 북한보다 우월한 핵 개발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핵실험 없이도 핵무기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국제사회 제재의 근거가 되는 핵확산금지조약(NPT)도 이미 여러 차례 핵실험을 실시한 북한의 위협을 근거로 탈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체 핵무장을 통해 보다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안보정책도 가능해진다는 입장이다. 그는 “한국은 우수한 핵기술과 풍부한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어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비용은 약 1조원에 그친다”며 “한국이 해외에서 무기를 구입한 비용이 2014년 한 해 동안만 78억달러(약 9조원대)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핵무장을 통해 무기 구입 비용을 대폭 줄이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의 핵무장이 대만·일본 등 동북아 국가들의 연쇄 핵무장으로 이어져 군사적 긴장을 높일 수 있다는 반론에 대해 송대성 전 소장은 “이미 러시아, 중국, 북한은 핵보유국이고 대만과 일본은 핵무장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국가들”이라며 “한국이 지역 평화와 안정만을 생각하면서 홀로 핵무기 없는 국가로 남아 주변국으로부터 수시로 위협받고 협박에 시달릴 수만은 없다”고 강조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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