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노사 잠정합의안 부결 시킨 현대차…노노갈등에 발목잡혀

현대자동차 노조 조합원들이 올해 노사가 마련한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찬반 투표에서 부결시켰다. 잠정합의안이 찬반투표에서 부결된 것은 지난 2008년 이후 8년 만이다. 예상보다 낮은 임금 인상률, 노조 내부의 갈등이 이유다. 현대차의 이번 부결이 노동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전망이다.

현대차 노조는 26일 진행한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4만9,665명 중 4만5,777명(92%)이 투표해 3만5,727명(78%)의 반대로 부결됐다고 밝혔다. 찬성 인원은 반대 인원의 3분의 1 수준인 1만28명(21%)에 불과했다.

반대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는 낮은 임금 인상률이 영향을 줬다. 현대차 노사는 국내외 시장에서 차량 판매가 어려운 점, 환율 상황 등 악화된 경영여건을 감안해 예년에 비해 낮은 임금인상 및 성과급 등에 잠정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노조 내부에서는 임금피크제 확대 시행 철회를 이끌어내기 위해 정작 임금 협상은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어난 바 있다. 실제로 현대차 노사가 지난 24일 마련한 잠정 합의안(임금 5만8,000원 인상을 비롯해 성과급 및 격려금 350% + 33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주식 10주 지급)은 지난해 임단협 합의안(임금 8만5,000원 인상, 성과·격려금 400% + 420만원(재래시장 상품권 포함)과 주식 20주 지급)이나 2014년 합의안(임금 9만8,000원 인상과 성과·격려금 450% + 890만원)에 비해 임금 인상률 등이 낮은 편이다.


현대차 노조 내부에 7∼8개의 노동조직이 서로 갈등하는 구조인 점도 영향을 줬다. 현대차 노조 내부 조직들은 2년마다 노조위원장(지부장)을 배출하기 위해 선명성 경쟁을 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잠정 합의안이 마련된 이후 노조 내 조직인 ‘민주현장’은 “사측의 임금피크제 벼랑 끝 전술에 집행부가 임금과 핵심요구를 포기했다”고 비난한 바 있다. 또 다른 조직인 ‘현장노동자’도 “회사의 얄팍한 속임수를 100% 부결로 응징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장조직인 ‘민주투쟁위원회’는 “최악의 잠정합의안이다”며 “집행부 정신 차리게 무조건 반대를 찍자”고 했다.

노사는 바로 재교섭에 나서 새로운 합의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압도적인 반대를 이겨낼 만한 합의안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추가 파업 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등 아직 올해 임단협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한 다른 제조업체들 역시 협상에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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