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경제]에어비앤비 하면 세무서신고?...갈등 예고하는 공유숙박

아파트 등 에어비앤비 영업에 반대 주민 세무서 신고
국세청은 신고 시 미등록자 다수인 집 주인에 사업자 등록 요구
정부는 내년부터 합법화...주민 분쟁, 세금 탈루, 기존 업계 반발이 과제

뒷북경제
서울 마포구 주상복합오피스텔에 사는 김정미(33·가명)씨는 밤늦은 시간 외국인이 벨을 눌러 깜짝 놀랐다. 번호 키로 된 옆집 문을 어떻게 여느냐고 물어보는 것. 알고 있던 옆집 사람이 아니었는데 알고 보니 공유숙박 사이트인 에어비앤비를 통해 사흘간 묵기로 예약한 여행객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 날 부터다. 관광객들이 단체로 술을 먹고 고성방가를 하면서 복도를 돌아다니는 통에 잠자던 애들까지 깬 것이다. 김 씨는 관리사무소에 항의했고, 옆집 말고 많은 집이 ‘에어비엔비 호스트’(관광객에게 가정집을 빌려주는 사람)으로 등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관리사무소에서는 엘리베이터에 ‘에어비엔비 호스트로 등록하면 세무서에 신고하겠다’고 경고문을 붙였지만 김 씨는 누가 저 말을 듣겠나 싶어 한숨이 나온다.

휴가철도 이제 끝물인데요. 이번 여름 휴가에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중 에어비앤비 사이트를 통해 숙박을 예약한 사례가 크게 늘었다고 합니다. 호텔이 아닌 가정집에서 저렴하게 현지인처럼 생활해본다는 모토로 출발한 에어비앤비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낯설지 않은 이름이 됐습니다. 에어비앤비 사이트에 가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국가에서 호스트가 올린 자기 집 사진과 이용해본 관광객의 평가가 올라와 있습니다. 올해 8월까지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한국 가정집은 1만 8,000곳이나 됩니다.

[뒷북경제]한국 에어비앤비 숙소 그래픽
문제는 개인이 자기 집 한 채를 빌려주는 공유숙박업인 에어비앤비가 호텔, 팬션, 민박 등 기존 숙박업자에게는 불편한 경쟁자가 됐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에 오피스텔이나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는 낯선 외국인 관광객이 들락거리는 게 싫다며 주민 간 분쟁도 늘고 있고요. 무엇보다 집을 여러 채 빌려놓고 에어비앤비에 내놓는 ‘기업형’ 공유숙박업자가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탈세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현행법으로 에어비앤비는 딱히 합법적으로 영업하기가 어렵습니다. 정식으로 하려면 도시라면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으로 등록하고 농어촌이라면 농어촌 숙박업으로 등록해야 합니다.

앞에 사례에 나온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의 사례처럼 미등록자를 세무서에 신고하면 어떻게 될까요. 기자가 물어봤더니 ‘일반인이라면 한 달에 한 100만~200 만원이나 벌 텐데 그걸 가지고 세무조사 하지는 않는다. 우선은 사업자 등록을 권고하고 그렇지만 자료는 축적해 놓았다가 나중에 기업형으로 커지면 조사에 활용한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자기 집 한 채를 휴가철에 잠시 남에게 빌려주고 하루 몇 만원 받는 정도의 가욋일을 하면서 사업자 등록까지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사업자 등록을 하면 매년 소득이 없어도 세무사를 통해 소득이 없다고 신고해야 하는 비용과 불편이 따르는 데요. 게다가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은 내국인은 이용할 수 없다는 뜻이니 이래저래 등록하는 사람은 10%도 안 된다고 합니다.

[뒷북경제]한국 에어비앤비 숙소 이용객 수 그래픽


기획재정부는 에어비앤비 같은 공유숙박을 신산업의 하나로 보고 장려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기재부는 시범사업으로 부산, 강원, 제주 등 세 곳의 지방자치단체에 한해 개인이 주거지로 등록한 집 한 채에 연 180일까지 집을 빌려주는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단독주택과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이 대상입니다. (주거용으로 사용해도 오피스텔은 대상이 아니랍니다) 특별법이 통과하면 일부 지역에서 시행해보고 내년 이후에는 전국에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기재부는 국세청과 협의해서 합법화에 따른 과세방안도 마련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아파트나 연립주택처럼 공동주택이 다수인 우리나라 현실상 합법화가 되더라도 주민 간 분쟁은 커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기재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주민들의 불편을 해결할 수 있는 분쟁조정 방안을 담을 생각입니다.

기존 숙박업계의 반대는 어떻게 할까요. 기재부가 공유숙박업을 전국에 바로 시행하지 못하고 일부 지역에 한해서 일 년에 180일만 허용한 것도 기존 업계의 반발을 의식해서인데요. 180일 이상 영업할 경우 500만원의 과태료를 뭅니다. 여하튼 공유숙박이 활성화 되는 추세를 꺾기는 힘들다는 게 정부의 생각입니다. 일부 숙박업자들은 에어비앤비에 호스트로 등록하면서 살 길을 찾아 가고 있더군요. 에어비앤비는 다른 나라에서도 우리와 비슷한 과제를 안고 있는데요. 앞으로 얼마나 대세가 될 지 지켜볼 일입니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뒷북경제]올해 숙소를 많이 등록한 지역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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