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중소기업의 디자인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산업 고부가가치화를 견인하는 디자인 혁신전략’을 발표하면서 마련한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이 국내 산업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경영전략 전반에 디자인이 활용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 2006년 6조9,000억원이었던 디자인 산업 규모는 2014년 14조4,000억원으로 2배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 삼성이 디자인 투자에만 4,500억원을 쏟아 붓고 LG가 1,100억원을 투입하는 등 대기업들이 디자인 산업 성장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디자인 산업이 급성장하는 가운데서도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제품 스타일링이나 상표에만 디자인을 활용할 뿐 디자인을 경영전략 전반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중소기업들의 디자인 활용률은 13%로 저조하고 68%는 디자인 개발과 개선 경험이 전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책 시행에 앞서 서울경제신문이 디자인을 통해 우리나라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방법과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좌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좌담회에는 도경환 산업부 산업기반실장과 정용빈 디자인진흥원장, 나건 홍익대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장, 이철배 LG전자 전무, 디자인기업 퍼셉션의 최소현 대표가 참석했다.
△사회(서정명 서울경제신문 성장기업부 차장)=산업부가 디자인 혁신전략을 발표했습니다. 어떤 배경에서 이 정책이 나오게 됐는지요.
△도경환 실장=최근 소비형태의 변화로 제품의 차별화·고급화가 강조되면서 디자인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애플과 삼성·다이슨 등 글로벌 기업들도 디자인 주도의 경영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두고 있고 구글·페이스북 등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디자인 회사를 잇따라 인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디자인이 단순히 제품을 아름답게 하는 스타일링 도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영 혁신의 솔루션으로 기업의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요소로 인정받기 때문입니다. 우리 정부도 혁신의 도구인 디자인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산업 전반의 고부가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엔진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 이번 전략을 마련했습니다. 앞으로 디자인 경영을 통해 성공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을 집중 지원할 계획입니다.
△사회=말씀하신 대로 글로벌 대기업들이 디자인 경영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디자인 경영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입니까.
△정용빈 원장=과거 제조 중심의 경영에서 디자인은 원가 경쟁력을 상승시키고 미적 가치를 높이는 역할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제조 역시 개별화·맞춤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 다양한 니즈에 대응할 수 있는 툴인 디자인은 경영전략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개별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디자인은 핵심산업이 될 것이고 이에 따라 기업들의 디자인 경영은 가속화될 것입니다.
△나건 원장=‘디자인은 너무 중요해서 디자이너에게 맡길 수 없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모든 최고경영자(CEO)가 디자인에 관심을 갖고 관여해야 한다는 말로 이제는 디자인이 기업의 생존 수단이 됐다는 의미입니다. 이제 디자인은 경영의 중요한 요소이자 혁신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됐습니다. 기업들은 여력이 있을 때보다 오히려 위기의 순간에 가진 모든 역량을 디자인에 집중했을 때 성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많은 기업에 디자인은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경영 효과를 맛보게 하는 기회로 작용할 것입니다.
△사회=디자인 경영의 대표적인 사례와 효과에 대해 설명을 좀 해주시지요.
△이철배 전무=LG전자의 경우 2014년부터 CEO들이 직접 참여하는 디자인위원회라는 협의체를 만들어 디자인으로 사업의 돌파구를 찾는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최근 호평을 받고 있는 LG전자의 시그니처 시리즈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더 이상 원가 절감, 생산 혁신만으로는 상품의 경쟁력을 올릴 수 없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고 감성을 충족시키는 상정적 가치를 올리는 것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이 도구로 디자인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저성장시대에 들어서면서 기존 경쟁 방식으로는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디자인을 돌파구로 사용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산업부의 디자인 혁신전략을 보면 중소기업이나 디자인 전문기업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소현 대표=이번 전략에서 신속하게 변하는 산업 환경에 맞춰 필요할 때 디자인 애로를 지원해주는 디자인 바우처 제도 등 현실감 있는 정책이 많이 포함돼 있어 기업인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정책 만족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 중소기업이나 디자인 기업들은 우수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해도 국내외 유통망 확보가 쉽지 않은데 대기업 유통망을 활용하는 정책도 내놓아 상당히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 원장=디자인진흥원도 우수 디자인 제품의 판로 확보에 대한 문제의식을 지속적으로 가져왔습니다. 전자랜드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디자인비즈니스전시회인 ‘디자인코리아’ 안에 해외진출 프로그램을 확대 추진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역량을 갖춘 중소기업이 국내외 판로 개척을 하는 데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만큼 성과도 기대됩니다.
△사회=중소기업들이 디자인을 경영 전반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어떤 정책적 노력이 필요할까요.
△최 대표=세계적인 스타 디자이너와 디자인 기업이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일괄적이고 단기적인 지원에 그쳤던 디자인 제도를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선별해 집중 지원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합니다. 글로벌 시장에 대한 이해 증진과 프로젝트 솔루션, 커뮤니케이션 방법 등 글로벌 역량 강화에 대한 지원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디자인 경쟁력을 정의할 수 있는 개념을 정립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봐야 합니다.
△도 실장=우리 디자인에 대한 해외의 관심을 유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디자인코리아 박람회를 국제적인 디자인 페스티벌로 육성할 계획입니다. K디자인의 해외진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현재 중국 이우시에만 있는 코리아디자인센터를 중국의 2선 도시와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10곳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성장 유망기업 디자인을 지원하고 디자인·엔지니어링 융합 인력과 스타 디자이너 양성, 디자인 용역 공정거래 환경 조성 등에도 힘쓸 것입니다. 기업들도 디자인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경영전략에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사회=디자인 산업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발전하기 위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나 원장=혁신적인 디자인을 위해서는 단기 성과에 집착하지 말아야 합니다. 원천기술 개발에 오랜 시간의 투자와 노력이 뒷받침돼야 하듯 디자인도 혁신 사례가 나오려면 시간을 가지고 기다려주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이렇게 탄생한 디자인 혁신 사례는 탄탄한 디자인의 저력을 보여주며 국가 산업 발전을 견인하는 성장동력이 될 것입니다.
△이 전무=CEO는 디자인을 공부하고 디자이너에게 중책을 맡겨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합니다. 성공적인 기업들을 일일이 나열할 필요없이 CEO가 직접 진두지휘해 디자인을 중심으로 한 감성충족형 상품을 만들어 성공 스토리를 써나가고 있습니다. 디자인 사고를 중심으로 업무 체계와 서비스를 혁신하고 상품에 스토리를 입히고 총체적인 사용자 경험을 혁신하는 것이 우리나라가 추격 경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약을 이룰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입니다.
/정리=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