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처음에는 헷갈렸어요. 사람들이 ‘이정출이 밀정이야?’라고 묻는데 ‘나도 모르겠다.’고 대답했죠. 그 말을 듣고 김지운 감독이 웃었는데, 돌이켜보니 그 말이 정답인 것 같더라구요.” 배우는 이어 설명했다. “이정출은 불타는 붉은색이나 좌절의 검정으로만 표현되던 그 시절 회색빛을 가지고 살아간 사람이죠. 한쪽을 선택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지는 걸 알고 있었고 그래서 ‘일단 지금 살고 보자’고 생각하며 선택을 유예한 철저한 현실주의자이기도 하구요. 그랬던 사람이 어떻게 변해갈지, 어떤 삶의 태도를 결정하게 될지를 지켜보는 것이 영화의 핵심이자 가장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결국 영화는 밀정이 누구냐를 묻는 게 아닌 밀정을 존재하게 된 시대에 대한 이야기이지 않을까요.”
영화는 ‘장화, 홍련’,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과 배우 송강호의 네 번째 작품이자 8년 만의 만남으로도 주목받았다. 2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두 사람의 호흡은 “말을 하지 않아도 무얼 바라는지 대충은 알 것 같은” 단계로까지 진화했고 서로의 작업에 대한 만족감도 대단했다. 송강호는 “감독님 말로 이번에는 특히 연출가로서 야심보다 대중영화로서의 미덕을 살리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고 하는데 그 말처럼 새로운 형식의 대중성을 확보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며 “관객들이 다소 낯설어 할 수는 있겠지만 싫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