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된 제1246차 정기 수요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일본정부의 공식사과를 요구하고 있다./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31일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목적으로 한국 정부 주도로 설립된 ‘화해와 치유재단’에 10억엔(한화 약 107억원)을 송금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관련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정의기억재단, 나눔의 집 등 시민단체는 31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들의 인권과 명예가 회복할 때까지 앞으로도 싸워나갈 것”이라며 한일 양국 정부의 위안부 합의 이행을 규탄했다.
두 나라 정부는 지난해 12월28일 일본 정부가 10억엔(한화 약 107억원) 규모의 예산을 지원해 위안부 피해자 지원 재단 설립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위안부 합의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지난달 28일 화해와 치유재단을 공식 발족했다.
또 정부는 지난 25일 일본 정부가 제공하는 10억엔 중 일부를 위안부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현금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생존 피해자에게는 1억원, 사망한 피해자의 유가족에게는 2,000만원을 지급한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31일 기자회견에서 “‘성노예’라는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피해가 있다”며 “12·28 한·일합의는 이 역사를 지워버리는 담합”이라고 한국과 일본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법적 책임, 올바른 역사교육이 우선이라는 것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일본 정부 스스로 10억엔은 배상금이 아니며, 법적 책임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고 거듭 밝혔다”며 “일본 정부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90) 할머니와 길원옥(89) 할머니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정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 할머니는 “만약 자신의 가족에게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사과 한마디 없이 돈 몇 푼 준다고 가해자를 용서할 수 있겠나”며 “이는 돈 받고 피해자 할머니들을 팔아넘기는 것으로 밤마다 원통해 잠을 이루지 못한다. 제대로 끝맺음을 할 수 없다면 정부는 차라리 위안부 문제에서 손을 떼라”며 울분을 토했다.
기자회견에 이어 진행된 제1246차 정기 수요집회에서도 12·28 한일합의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정대협과 이번 정기 수요집회를 주관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지난해 12월 한국과 일본 정부가 맺은 합의에는 일본군 성노예 범죄에 대한 법적 책임도 없었고 사과도 없었다”며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불가역적이라는 약속을 하며 일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고 있다”고 양국 정부를 비난했다.
/이두형기자 mcdjr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