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수출 물길만은 지켜야

한진해운이 31일 사실상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애초 우려한 물류대란이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 법원은 한진해운이 직접 소유한 5,308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인 ‘한진로마호’를 싱가포르 항구에 가압류했다. 한진해운이 다른 용선의 용선료를 체납하자 선주가 한진로마호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한 것이다. 중국 샤먼·싱강, 스페인 발렌시아 등 해외 항구는 한진해운 선박의 입항을 거부했다. 선박이 들어오면 항만 접안, 화물 하역 등을 해야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을 받지 못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은 현재 컨테이너선 37척을 소유했고 61척을 용선했다. 해외 채권자들은 앞으로 계속 가압류 조치에 나서고 해외 항구들도 한진해운 선박의 입항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1위 해운사인 한진해운의 해외항로가 이런 식으로 막힌다면 당장 수출기업들이 큰 피해를 당하게 된다. 해상운임 인상, 납기일 지연에 따른 해외 거래처의 클레임 제기, 신인도 하락 등 직면한 문제가 하나둘이 아니다. 삼성전자만 해도 해운 물동량의 40%가량을 한진해운에 맡기고 있다. 항공편을 주로 이용하는 반도체와 스마트폰은 큰 영향이 없겠지만 생활가전과 반조립제품(CKD)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물류가 막힐 경우 중소기업은 바로 도산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대기업과 달리 대체선박을 수배할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운송이 지연되면 납기를 맞추지 못해 그나마 확보한 거래처를 잃을 수 있다.

우리 수출은 그러잖아도 위기상황이다. 올 7월까지 19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문받은 제품마저 해상운송길이 막혀 보내지 못한다면 수출은 회복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정부는 이날 해운·항만대응반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중소 화주에 심각한 경영위기가 발생하면 금융지원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금융지원은 사후조치다. 먼저 중소기업과 수출기업이 납기를 맞출 수 있도록 대체선박 지원에 나서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