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뚝 떨어진 생산·소비·투자 앞으로가 더 문제

한국 경제가 하반기에 들어서자마자 거센 찬바람에 뒤흔들리고 있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며 전체 산업생산은 서비스업의 부진이 두드러지면서 전월보다 0.1% 줄어 석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소매판매도 2.6%나 떨어져 22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고 설비투자 역시 11.6%나 곤두박질쳐 2003년 1월 이후 가장 크게 떨어졌다. 상반기에 조금 나아질 기미를 보이던 경기가 개별소비세 인하와 재정 조기집행 등 경기부양책이 종료되자마자 다시 급락한 것이다. 광공업 생산과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소폭 상승한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문제는 앞으로 경기가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당장 조선과 해운 구조조정의 충격이 본격화되면서 기업 투자와 고용이 잔뜩 움츠러들었다. 대기업의 10%가 신규 채용을 줄일 것이라는 소식도 있다. 소비라도 늘어야 하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가계부채 규모가 급증해 1,250조원을 넘어섰지만 가계소득은 제자리걸음이다. 대기업 직원의 6월 봉급마저 7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러니 소비 여력이 개선될 턱이 없다. 여기에 김영란법과 미국 금리 인상 변수까지 있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경제가 악재에 둘러싸인 형국이다.

추가경정예산은 이런 상황이 더 악화하는 것을 막는 단기처방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경기를 되살릴 수 없다. 소비가 늘어나지 않고서는 설비투자도 생산도 힘을 쓸 수 없다. 보다 근본적이고 적극적인 경제정책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계소득 비중을 높여 갈수록 줄어드는 소비 여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 청년과 여성·고령층의 취업률을 높이고 가계빚을 줄이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과감한 구조개혁으로 성장한계에 직면한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높이고 경제체질을 개선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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