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아파트가 고가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환금성(거래회전율)까지 크게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투자대상도 강남 3구 등 일부 지역의 고가 재건축 아파트에서 최근에는 노원 상계, 양천 목동, 경기 광명 등 재건축 연한이 가까워진 지역의 아파트까지 확산하면서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값으로 거래가 쉽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강동·노원·광명 등 재건축 아파트 강세 확산=29일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오는 10월 일반분양을 앞둔 고덕주공2단지(고덕 그라시움) 52㎡(공급면적)형은 최근 6억3,000만원 안팎에 호가가 형성돼 지난달 말보다 1,500만원가량 올랐다. 올해 초 잠시 주춤하기는 했지만 4월 이후 가격이 상승하면서 지난해 말보다 6,000만~7,000만원 정도 급등했다. 상일동 B 공인 관계자는 “강남구나 서초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데다 저금리로 1억~3억원 정도의 인근 지역에 투자처를 찾는 문의도 많고 거래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연한이 다가 와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는 노원구 상계동 주공아파트 단지도 가격 상승세가 매섭다. 지난 5월 2억5,000만원 정도에 팔렸던 상계 주공8단지 43㎡형은 현재는 2억7,000만~2억8,000만원 정도에 호가가 형성돼 있으며 이마저도 최근 정부의 가계부채 경감대책 발표 이후 매물이 사라지고 있다. 재건축 연한이 다가온 양천구 목동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경기도에서는 과천에 이어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광명시의 아파트 가격 상승 폭도 크다.
◇환금성도 갖춰…‘임대수익+자본수익’ 장점=재건축 아파트에 자금이 유입이 된 것은 환금성이 개선된 덕분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주택의 연간 거래회전율(거래건수를 총 재고주택량으로 나눈 값)은 보통 3~6%대를 보이고 있지만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올 들어 8~15% 정도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2,580가구로 구성된 강동구 고덕주공3단지의 경우 올 들어 이달 28일까지 월평균 39건가량이 거래되고 있는데 이를 토대로 연간 거래회전율을 추산하면 18%가 넘는다. 2,029가구로 구성된 노원구 상계주공2단지 역시 올해 추산 거래회전율은 15% 이상이다. 아울러 임대주택시장이 월세로 전환되면서 정기적으로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도 최근 재건축 시장 강세에 한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환금성이 개선되면서 재건축 아파트의 강세는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무작정 투자에 나서는 것 역시 금물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재건축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재건축 아파트는 정책에 따라 시황 변동이 심하고 주변 아파트 가격에도 민감하다”며 “중장기적 관점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