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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크레인의 붐(Boom)은 위쪽으로 갈수록 길이를 줄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다산중공업은 역발상을 통해 위쪽 박스가 더 길어지도록 했다. 이를 통해 작업 안정성이 강화된 것은 물론이고 다른 차종에 비해 붐의 길이가 3m 이상 길어졌다. 자연히 다른 업체의 장비보다 더 높이 올라가 작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같은 혁신 작업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출시 1년 만에 다산중공업의 고소작업차 매출은 2배 이상 증가했다.
교복용 원단을 생산하는 형빈산업은 품질을 지켜내기 위한 고집이 불황을 이겨내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형빈산업은 학생 수 감소와 가격 상한가 제도로 인해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서도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저가입찰에 대응하기 위해 원단 가격을 낮추려는 대량 구매처 대신 품질을 우선시하는 동네 교복점과의 직거래를 늘려온 덕분이다. 눈앞의 이익보다는 중간마진을 없앤 소규모 직거래를 통해 활로를 모색한 셈이다. 현재 200여개 교복점과의 직거래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형빈산업은 이중기모와 냉감소재 등 기능성 소재개발을 통해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는 지금 유래 없는 불황에 직면해 있다. 이 같은 어려운 상황이 얼마나 더 지속될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 안에 감춰진 혁신의 DNA를 깨워 나간다면 메마른 사막에서도 생명의 싹을 틔울 수 있다. 그 희망의 싹을 틔우는 지름길은 바로 품질일 것이다. /안광석 서울경제비즈니스 기자 busi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