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외교전의 포문은 2일(현지시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연다. 제2차 동방경제포럼 참석을 위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찾는 아베 총리는 이날 푸틴 대통령과 만나 에너지 부문을 중심으로 한 경제협력안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이 보도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를 통해 국영 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 발행 주식 10%를 최대 1조엔에 취득하는 안 등이 거론된다. 자원 가격 하락으로 구멍 난 재정을 메우기 위해 러시아 정부가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로스네프트 지분을 사들이겠다는 구상이다. 또 일본 미쓰이물산이 국제협력은행(JBIC)과 함께 러시아 국영전력회사 루스기드로에 340억엔을 투자해 지분 5%를 취득하는 방안도 의제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에 앞서 러시아경제협력담당상 자리를 전날 신설하고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에게 이를 겸임하도록 하는 등 대러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러시아도 일본의 적극적인 대화 공세에 화답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1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어느 한쪽도 패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대화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일본 친구들(Japanese friends)과 그 방법을 거의 찾았다”고 말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적국이었던 양국은 아직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이 러시아가 실효지배 중인 쿠릴 4개 섬 반환을 평화조약 체결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과 11년 만에 이뤄지는 푸틴 대통령의 12월 방일을 계기로 관계 정상화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주요2개국(G2) 정상의 양자회담은 3일 G20 개막을 하루 앞두고 이뤄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3일 만나 철강 과잉생산 문제와 무역장벽,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포함한 한반도 정책 등 양국이 대립하고 있는 의제에 대해 대화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이번 정상회담이 재임 중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미중 양국의 파리기후변화협정 동시 비준 발표 등 ‘업적’을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 간 정상회담은 4일 열린다고 러시아 스푸트니크가 보도했다. 중국은 푸틴 대통령이 외교적으로 고립됐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이번 G20의 최고 주빈으로 대접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내비쳐왔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와 각을 세우고 있는 양국 정상은 이번 만남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와 사드 배치, 센가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간 영토분쟁에 공동 대응하며 외교적 입지를 넓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미일 정상회담은 G20 직후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7~8일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기간 중 개최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양국 정상회담이 남중국해 문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발효, 북한 미사일 문제 등에서 연대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하는 차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러·중일 양자회담 성사 여부도 관심거리다. 경제제재 확대와 과거사 인식 등의 문제를 두고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온 해당 국가들은 4~5일 G20 기간 중 양자회담 개최를 목표로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G20 정상회의는 주요 의제에 스탠드스틸을 2018년까지 연장하는 방안과 G20 국가 국내총생산(GDP) 추가 2% 성장을 목표로 하는 ‘항저우 액션플랜’ 구체화 등을 넣었다. 또 올해 처음으로 혁신성장을 의제로 삼아 혁신, 신산업혁명, 디지털 경제 분야 등에서의 구체적인 행동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