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코앞, 우정본부 물류센터 체험해보니]하루 100만개…쇄도하는 물량에 구슬땀

상자 크기·무게 등 각양각색
쉴 틈 없는 분류작업 중노동
"테트리스 하듯 각잡고 쌓아야"
랩 포장할땐 섬세한 손길 필요
김영란법 영향 물동량 4~5%↑
"가족 情 이어주는 생각에 보람"

이두형 서울경제신문 사회부 기자가 1일 우정사업본부의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쏟아지는 택배물을 분류하고 있다. /이종호기자
민족 최대의 명절인 한가위를 2주 정도 앞둔 서울 광진구 구의동 우정사업본부 동서울우편물류센터. 축구장 넓이의 확 트인 공간에 이날 배송 예정된 택배 상자 14만개 가량이 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른 손바닥 크기 만한 상자부터 노란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은 대형 이삿짐 상자까지 모양과 크기·무게도 제각각이다.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상자를 분류하는 작업은 그야말로 중노동이었다. 기자가 직접 분류작업을 한 동서울우편물류센터는 서울 동부권 물류의 핵심지다. 서울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송파구를 포함해 광진·서초·중랑구 등 4개 구를 담당하고 있어서다. 센터는 늘어나는 물동량에 맞춰 기존 인력 52명에 단기 인력 85명을 충원했고 근무시간도 조정했다. 주간근무는 오후1시부터 오후10시, 야간근무는 오후10시부터 다음날 오전7시까지이지만 명절 대목에는 근무시간이 앞뒤로 두 시간씩 늘어나는 것으로 물류대란의 현장에 기자가 겁도 없이 뛰어든 셈이다.

가장 먼저 투입된 현장은 소포물을 부산·광주·원주 등 전국 각지의 집중국별로 분류하는 작업장. 기계가 소포에 붙은 바코드를 읽어 지역별로 분류해 컨베이어 벨트로 옮기면 작업자가 이를 차곡차곡 쌓는다. 이 작업에서는 무엇보다 ‘각’이 생명이다. 각이 맞지 않아 소포 사이에 공간이 생기면 운송 중 흐트러져 물품 손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10년차 베테랑 김경옥(48)씨는 “테트리스 해보셨죠. 그거 한다고 생각하면 쉽게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각 잡힌 소포들은 이른바 ‘랩돌이’ 단계를 거친다. 작업용 팔레트 넓이에 2m가량 높이로 쌓은 소포를 랩으로 둘러 운송 과정에서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작업이다.


얼핏 쉬워 보였지만 실수 연발. 힘을 적게 주면 포장이 엉성해지고 힘이 들어가면 공든 소포탑이 와르르 무너졌다. 결국 랩돌이 장인 장재익(28)씨가 나서 10여초 만에 종이 하나 들어갈 틈 없이 깔끔하게 포장했다. 그는 “랩 포장은 이곳에서 가장 어려운 작업 가운데 하나”라며 “랩 포장을 제대로 해야 물건이 상하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올해 추석 물동량이 1,300만건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일일 평균 물동량은 평소보다 1.3배 많은 약 100만건으로 지난해 추석보다 4~5%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본은 오는 28일 시행을 앞둔 김영란법을 물동량 증가의 원인으로 꼽았다. 우본 관계자는 “선물 가격 등에 제한을 두면서 고가 물품은 다소 줄었지만 멸치 등 건어물과 치약·통조림 선물세트 같은 공산품 배송량은 예년보다 많다”고 전했다.

가족과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물류센터 작업자도 다르지 않았다. 취업 준비 중인 단기 아르바이트생 김모(26)씨는 “이렇게 많은 추석 선물을 보고 있으면 고향 생각이 많이 난다”며 “그럴수록 빨리 취업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고 말했다.

잠깐의 휴식시간. 센터 밖은 선선한 바람이 불었지만 센터 안은 기계와 작업자들의 열기로 후끈했다. 모르는 사이 등에 땀이 흘렀고 수십 개의 소포를 나르던 팔에는 더 이상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비록 몸이 힘들어도 가족의 따듯한 정을 이어주는 보람이 일의 원동력”이라는 물류센터 관계자의 말에 힘을 얻어 다시 작업대에 섰다. /이두형기자 mcdj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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