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4%대(명목 기준)인 반면 정부의 세금 수입은 4배가 넘는 18%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경제가 만들어내는 부가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세금을 걷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가렴주구(苛斂誅求·가혹하게 세금을 거둠)’라는 지적과 함께 과도한 세금 징수가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세수입은 125조 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6조 6,000억원)보다 19조원 늘었다. 증감률은 17.8%에 달했다. 반면 경제가 팽창하는 속도를 보여주는 명목 경제성장률은 4.6%로 세수증감률을 한참 밑돌았다. 세수를 항목별로 보면 기업들이 내는 세금인 법인세가 28조 4,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6.2%(5조 9,000억원) 늘었다. 모든 세목 중 가장 높은 증감률이다. 다음으로 부가가치세가 30조 7,000억원으로 23.3%(5조 8,000억원) 불었다. 소득세는 35조 5,000억원으로 16%(4조 9,000억원) 증가했고 환경·에너지·교통세가 7조 7,000억원으로 11.6%(8,000억원) 증가했다.
정상적인 경제라면 명목 경제성장률 수준으로 세수가 늘기 마련이다. 물론 성장률이 1% 증가할 때 세수도 정확히 1% 증가할 수는 없지만 대략 비슷한 수준으로 늘어난다. 실제 과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과 세수 증감률을 보면 둘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2012년 명목성장률은 3.3%였고 세수 증감률은 5.5%를 기록했다. 2013년은 3.8% 성장에 세수가 0.5% 줄었고 2014년은 3.9% 성장에 세금이 1.8% 증가했다. 지난해는 4.8% 성장에 세수가 6% 늘었다. 오차는 있지만 올해와 같이 세수가 성장률을 4배 이상 웃돈 적은 없었다.
문제는 정부의 과도한 세금이 경제성장세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점이다. 배 부원장은 “정부가 올해 예상보다 더 들어온 세금으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다시 재정지출을 하겠다고 했지만 어찌됐든 경제 전반에서 과도한 세금을 징수해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위축시킨 것은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엑셀’을 밟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과도한 세금 징수로 경제 심리를 위축시키는 ‘브레이크’를 밟고 있다는 이야기다. 세금부담이 커지면 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는 다른 씀씀이를 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하반기 세수 증감률이 둔화하더라도 여전히 경제성장률을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올해 추경을 통해 국세수입 전망치를 232조 7,000억원으로 지난해 실적(217조 9,000억원)보다 14조 8,000억원(6.8%) 높여 잡았다. 이는 달성하지 못할 경우 “또 세수펑크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올 것을 우려해 극도로 보수적으로 잡은 수치다. 실제 세수는 이보다 클 것이란 이야기로, 시장에서는 올해 세금이 적어도 235조 정도 걷힐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세수 증감률은 7.8%로 올해 명목성장률 예상치(4% 내외)의 2배에 가깝게 된다. 배 부원장은 “하반기로 갈수록 세수 증감률은 둔화되겠지만 이를 감안해도 경제 성장세에 비해 세금이 과도하게 걷히고 있다”며 “세금체계가 과도하게 설계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추세가 계속된다면 정부가 경제 성장 수준에 세수가 조응하도록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