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2일 갤럭시노트7 전면 리콜을 발표한 이후 주말인 4일 서울 종로 서비스센터 직원이 고객의 스마트폰의 제품결함 진단서비스를 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삼성전자가 전면 리콜의 틈을 파고드는 아이폰과 화웨이폰의 공세에도 고객신뢰 회복을 위해 ‘호시우보(虎視牛步)’ 행보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문제가 된 삼성SDI 배터리를 신규 생산분부터 과감히 제외하고 중국 외에 전 세계적으로 신제품 교환이 마무리될 때까지 신규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2위인 애플은 7일(미국시간) 아이폰7 시리즈를 내놓고 갤럭시노트7의 빈자리를 집중적으로 파고들기로 했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 2·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2.3%로 1위를 차지했고 애플 12.9%, 화웨이 8.9%, 오포 5.4%, 샤오미 4.5%를 기록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3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애플 행사 타이밍은 매우 완벽하게 됐다”며 “리콜 발표가 없었다면 애플은 삼성에 계속 고전을 면치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아이폰7이 당초 올해 말까지 전작인 아이폰6S(8,200만 대)보다 적은 6,500만대 판매에 그칠 것으로 봤다가 삼성 리콜 사태 이후 좀 더 높여 잡는 분위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갤럭시노트7을 기존 갤럭시노트 시리즈보다 한달가량 먼저 출시해 시장을 선점하려던 삼성전자의 전략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말했다.
글로벌 3위인 화웨이도 이달 중 프리미엄폰에 이어 오는 10월부터 50만원대 ‘노바’ 시리즈를 출시하는 등 가속도를 내고 있다. 4위인 중국 오포와 비보는 최대 50만~60만원대의 ‘가성비’를 강조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중국을 제외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신규 판매를 중단한 채 삼성SDI에서 제조하는 배터리를 갤럭시노트7에서 퇴출하는 등 고객신뢰 회복에 주안점을 두기로 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SDI를 대체하는 제3의 배터리 업체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SDI 제품은 앞으로 갤럭시노트7용으로 공급받지 않기로 하고 이를 대체할 배터리 업체를 찾아 납품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9일 이후 갤럭시노트7이 출시된 10개국 중 중국을 제외하고 한국·미국·캐나다·멕시코·푸에르토리코·뉴질랜드·싱가포르·태국·아랍에미리트연합 9개국에서 이번주 중 미국을 시작으로 여건에 맞춰 최대한 신속히 리콜에 들어가기로 했다. 다만 지난 1일 출시된 중국은 문제가 없는 현지 배터리를 사용해 유일하게 판매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40만대 이상이나 팔려 리콜은 오는 19일부터 가능하며 내년 3월까지 실시된다. 물론 소비자가 원할 경우 환불도 해준다. 삼성전자 일산센터의 최현식 부장은 “제품결함을 진단해 문제가 없더라도 갤럭시S7엣지 등의 대체폰을 임시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리콜 발표 다음날인 3일 국내에서 배터리 폭발사고가 나 그동안의 사례와 달리 경미한 화상사고까지 발생했다는 점에서 대체폰 사용도 유효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2일 전량 리콜 조치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의 의지가 반영돼 당초 배터리 교체선에서 검토되던 삼성전자의 대책이 급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수원·구미 사업장 직원들은 1일까지만 해도 AS센터에 보낼 교체부품 80만~100만개를 공수하고 있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당장의 손익계산보다 장기적으로 브랜드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며 “지금은 손해를 보지만 결국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병권·김지영기자 newsroom@sedaily.com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직원이 배터리 폭발 가능성을 진단하는 컴퓨터프로그램에 고객의 갤럭시노트7 제품을 연결해 전압이상 등을 점검하고 있다. /송은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