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내 은행을 주름잡았던 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을 일컫는 말이다. 설립 순서대로 불리던 말로 은행원들 사이에서는 은행 간 서열을 상징하는 표현이기도 했다.
이 중 조흥은행은 지난 2006년 신한은행에 합병됐으며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은 1998년 통합돼 한빛은행이라는 이름을 거쳐 지금은 우리은행이 됐다. 서울은행은 2002년 말 하나은행에 합병돼 이제 흔적을 찾기 힘들다. 하지만 제일은행만은 4월에 다시 돌아왔다. 다름 아닌 SC제일은행이라는 이름으로. 2012년 1월 SC그룹의 권유로 은행명을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으로 바꾼 지 4년 만이었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은 리테일 시장 공략 강화를 위해 “이 같은 행명 변경이 꼭 필요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박 행장은 “제일은행이라는 이름을 다시 붙이고 나서 영업현장의 분위기 자체가 달라졌다”며 “이전까지 스탠다드차타드(SC) 라는 이름을 들으면 고객이 고개를 갸웃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다들 고개를 끄덕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실제 SC제일은행 직원들은 기업금융 쪽에서는 SC라는 브랜드 덕분에 영업하기가 좋았지만 소매금융 부문에서는 영업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제일은행이라는 이름을 되찾은 데는 박 행장의 공이 컸다. 박 행장은 행장 취임 후 1년여 동안 ‘제일은행’이라는 브랜드를 살리기 위해 애썼다. 그룹 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제일은행이라는 브랜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열의를 보였다. 지역 대표가 본사 경영방침과 관련해 지나치게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냐는 주위의 우려도 있었지만 박 행장의 의지는 강했다.
박 행장은 “현재 SC그룹 내에서 로컬 은행의 브랜드와 SC라는 이름을 같이 쓰는 곳은 SC제일은행뿐”이라며 “SC라는 이름만 남기면 고객이 낯설어하고 제일은행이라는 이름만 남기면 약간 올드해 보이는 이미지가 있다는 판단에 SC제일은행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SC제일은행이라는 행명은 글로벌과 로컬 은행의 이름이 섞여 있다”며 “한국에서 소매영업을 하는 은행 중 유일한 하이브리드 행명”이라고 강조했다.
SC제일은행의 조직문화 또한 이 같은 로컬과 글로벌 은행의 문화가 잘 섞여 있다. 국내 금융권 특유의 다소 딱딱한 분위기는 없는 반면 영업력만큼은 경쟁은행에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그의 집무실은 중간 정도의 편의점 만한 크기로 웬만한 은행 부행장실과 비슷하거나 작은 수준이다. 박 행장은 “직원들이 행장이나 임원들 눈치를 보지 않고 휴가를 잘 간다”며 “SC그룹 자체가 강한 위계질서나 차별의식이 없으며 그룹 회장과 행장이 이와 관련해서는 생각을 공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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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충북 청주 △1974년 청주고 졸업 △1979년 경희대 경제학과 졸업 △1979년 제일은행 입행 △2004년 강남·부산 PB센터장 △2007년 영업본부장 △2009년 프리미엄뱅킹사업부장 △2011년 소매채널사업본부장 △2014년 리테일금융총괄본부장 △2015년 SC제일은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