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디벨로퍼로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리는 문주현 엠디엠(MDM) 회장. 비결을 묻자 그는 “상상력과 창의력, 끊임없는 열정”이라며 “여기에 이를 현실화 시킬 수 있는 실행력과 추진력”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사회적 의무감도 강조했다. 문 회장은 “개발이 잘 못 되면 그 피해가 계약자 등 수 많은 사람들에게 돌아간다”며 “한 번도 이것을 잊은 적이 없으며 디벨로퍼 라면 반드시 명심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한국부동산개발협회(KODA) 회장도 맡고 있는 그는 국내 디벨로퍼 업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자본금 5,000만원짜리 분양대행업체를 창업한 지 19년 만에 국내 최고의 부동산 개발업체 대표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30여 간 실패 없이 모든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력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부동산 개발과 금융의 융합’이라는 그림도 그려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창의적 아이디어로 도시 가치 높이는 디벨로퍼
회사 설립 이후 단 한 건의 실패 없이 모든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그에게 디벨로퍼의 정의에 대해 물었다. 문 회장은 이에 대해 “(디벨로퍼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땅의 가치를 높이는 소프트웨어, 바로 ‘머리’이라”며 “디자인 컨셉과 마케팅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큰 차이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이어 “세부적인 과정 하나하나의 전문성 보다는 큰 틀에서 사업을 보고 조화로운 진행을 이끌어 내는 역할”이라며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그가 부동산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은 서른을 넘어서다. 당시 나산그룹에 입사해 부동산 개발 사업을 주도했고, 입사 6년 만에 임원으로 발탁돼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를 맞으며 회사가 부도나고 졸지에 실업자가 됐다.
오히려 그의 이력은 이 시점부터 더 빛이 난다. 자본금 5,000만원으로 분양대행사 MDM을 설립해 10년간 4만여 가구의 분양을 성공시켰다. 분양대행을 통해 축적한 경력과 자본을 바탕으로 회사 설립 10년 만에 그는 해운대에서 첫 시행사업인 ‘대우 월드마크센텀’ 주상복합단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그의 첫 시행사업으로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2007년 당시 부산 일대의 집값은 3.3㎡당 800만~900만원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고급 주상복합’을 표방하며 두 배 수준인 1,700만원대에 분양했습니다. 심지어 계약금도 인근 분양단지 2배인 20%로 설정했습니다”
문 회장은 “지방 미분양이 넘쳐나던 시절에 집값의 두 배에 분양한다니 다들 제정신이 아니라고 했다”며 “하지만 건물 외관부터 로비, 헬스클럽, 게스트 룸 등을 최고급 호텔처럼 조성하니 대박이 났다”고 설명했다. 대우 월드마크센텀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가격이 내려가지 않고 있다. 그리고 디벨로퍼의 창의력이 만든 프로젝트로 지금도 회자 되고 있다.
● 생활패턴·동선 연구...쇼핑몰 인근에 주목하다
이후로 손대는 사업마다 모두 화제를 부르며 성공을 이어갔다. 성남 판교 푸르지오월드마크, 서울 송파푸르지오시티, 성남 분당 신야탑 푸르지오시티, 수원 광교 푸르지오월드마크, 서울 우면동 서초리슈빌S글로벌, 수원 광교더샵레이크파크, 서울 세곡동 강남더샵포레스트 등. 수 많은 프로젝트를 잇따라 성공 시켰다.
연이은 성공 배경으로 우선 그는 비싸게 땅을 사지 않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땅을 비싸게 매입하게 되면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그는 경쟁사가 외면한 택지, 미분양 택지 등을 꼼꼼히 들여다본다. 그가 사업을 진행해온 삼송과 부천, 동탄 모두 그런 부지들이다.
흥미로운 것은 싸게 매입한 땅들이 미래가치는 매우 높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남들이 보지 못한 미래 가치가 높은 부지를 싼 값에 사는 것. 한 예로 엠디엠이 지난해 LH로부터 7개 필지 11만㎡를 한 번에 매입한 고양시 삼송지구 사업부지는 당시 3.3㎡당 1,200만 원대였지만 현재 1,700만원을 넘겼다.
이 같은 안목은 그냥 나오지 않는다. 문 회장은 “디벨로퍼는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사고를 갖고 있어야 성공할 수 있고, 지역도 발전한다”며 “사람의 생활패턴과 동선을 연구하면 앞으로의 트렌드가 보인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요즘 주목하는 곳은 대규모 쇼핑몰 같은 편의시설과 교통이다. 쇼핑몰이 과거는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곳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테마파크 화 되면서 24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 것. 그는 역세권과 쇼핑몰을 낀 부동산의 가치 역시 크게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개발과 금융의 결합..‘부동산금융그룹’
최근 들어 문 회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개발과 금융의 융합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부동산신탁사인 한국자산신탁을 인수한 데 이어 연초 자산운용사인 한국자산에셋운용 출범으로 부동산 개발과 신탁, 금융, 자산운용 회사를 그룹 안에 모두 갖추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부동산 개발에 리츠 등 금융기법을 도입하며 국내 디벨로퍼의 새로운 장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부동산금융종합그룹’으로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문 회장은 “한 예로 토지 개발에 대한 자문이 들어오면 시행사와 신탁사, 자산운용, 캐피탈이 한자리에 모여 사업을 검토하고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개발과 금융의 조합 모델은 앞으로 우리 디벨로퍼 업계가 만들어 나가야 될 ‘롤 모델’이다. 그는 “부동산 개발이 금융과 융합하면 더 많은 작품과 아이디어를 통해 도시를 바꿔 나갈 수 있다”며 “이를 위해 개발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대상도 꾸준히 살펴보고 있다”고 강조했다./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박스] 문 회장이 말하는 도시재생과 꿈은
“도시재생 발목 잡는 규제 과감히 풀어야”...“문화·예술 즐길 수 있는 거리 조성하고 싶어”
문 회장은 도시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민간 부문의 도시재생사업에서 가장 큰 난관은 법 규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보통 노후지역에서 토지를 매입하는 것도 어렵지만 법 규제 속에서 사업성을 내기가 너무 힘들다”며 “홍콩이나 일본은 경우에 따라 1,200~1,500%까지 용적률 인센티브를 허용해 적극적으로 나서는데 우리는 600%를 채우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테헤란로 변의 건물들에 대해서는 “아파트도 40층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죄다 20층 정도로 묶인 이 일대 층수제한을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며 “대신 건물 이면에 녹지 축을 조성하고, 상가와 오피스, 주거가 어우러지는 복합개발을 하면 사람이 모이고 일자리도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 같은 도심 개발을 통해 도시관광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최근 세계적인 추세는 아름다운 자연물보다 쇼핑이나 문화시설 위주의 도시관광이다. 그래서 최근 관심을 갖는 것이 문화와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거리를 조성하는 것이다. 문 회장은 “일단 신사동 가로수 길이 가장 비슷하지만 프랜차이즈나 상업적인 점포만 가득해 옹색하다”며 “대중교통과 주차 여건을 모두 갖춘 곳에 1층은 문화·예술 시설, 2층은 레스토랑 등을 갖춘 거리를 조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