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7승 박성현…대세 넘어 '투어의 지배자'로

KLPGA 한화금융 클래식
최종일 5타 줄이며 역전 우승
한시즌 최다승 2위...경신 가시권
시즌 최다상금 기록도 '초읽기'
고진영 1타차 2위·톰프슨 6위

이쯤 되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세’를 넘어 ‘지배자’라 불러야 할 듯하다. 박성현(23·넵스)이 상금과 우승 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울 태세를 갖췄다.

박성현은 4일 충남 태안의 골든베이 골프장(파72·6,546야드)에서 끝난 한화금융 클래식(총상금 12억원)에서 시즌 7승을 달성하며 통산 10승 고지에 올랐다. 이날 4라운드에서 더블보기 1개를 범했지만 이글 1개와 버디 5개를 뽑아내 5타를 줄인 그는 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를 기록, 고진영(21·넵스·5언더파)을 1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내심 KLPGA 투어 역대 최고의 시즌을 노리는 박성현의 박진감 넘치는 역전승이었다. 국내 대회 최다 우승상금인 3억원을 보탠 그는 시즌상금을 12억591만원으로 늘려 2014년 김효주(21·롯데)가 벌어들인 KLPGA 투어 시즌 최다 상금(12억897만원)에 306만원 차이로 다가서면서 새 기록 달성 초읽기에 들어갔다. 또 7승으로 신지애(28)가 2007년 세운 역대 최다 우승(9승) 경신도 가시권에 뒀다. 신지애의 2008년 7승과는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일단 한 시즌 최다 승수 공동 2위에 올랐다. 박성현은 이번 시즌 15개 출전 대회(기권 2개 대회 포함)에서 7개의 우승컵을 수집하며 50% 가까운 승률을 과시, 남은 9개 대회에서 첫 두 자리 승수 달성에 대한 기대감도 높였다.


아울러 이번 대회에 초청 출전한 렉시 톰프슨(미국) 등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선수들과의 대결에서 승리, 내년 미국 진출을 계획하는 박성현은 더 큰 자신감을 장착하게 됐다. 직전 대회인 대회인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서의 2라운드 고의 기권 의혹으로 인해 다소 실추된 위신도 되찾았다.

이번 시즌 라운드당 평균 버디 수 4.51개로 2위(3.74개)와 큰 차이로 1위에 올라 있는 박성현의 버디 사냥 능력이 돋보인 경기였다. 박성현은 전날 3라운드에서 슬로 플레이로 1벌타까지 받아 선두 허윤경(26·SBI저축은행)에 4타 뒤진 공동 10위에 머물면서 우승권과는 멀어진 듯했다. 이날도 1번홀(파4) 버디로 출발한 그는 2번홀(파3)에서 티샷을 OB(아웃오브바운즈) 낸 끝에 더블보기를 범하고 말았다. 무너질 법도 한 상황이었지만 박성현에게는 무서운 화력이 있었다. 4번홀(파5)에서 이글을 작렬해 더블보기 실수를 단숨에 만회했다. 6번 아이언 세컨드 샷을 그린에 올린 뒤 9m 퍼트를 홀에 떨궜다. 7번(파5)과 11번홀(파4)에서 1타씩을 줄여 2타 차 공동 2위로 추격했고 이어 14번(파5)과 15번홀(파4) 연속 버디로 고진영, 김지현(25·롯데)을 제치고 기어코 단독 선두 자리를 꿰찼다. 15번홀에서 1타를 줄인 고진영에 공동 선두를 허용한 채 먼저 경기를 마친 박성현은 연장전에 대비해 퍼트 연습을 하다가 17번홀(파3)에서 보기를 범한 고진영이 까다로운 18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지 못하면서 팬들과 동료들의 우승 축하를 받았다. 고진영은 시즌 3승이 무산됐으나 웬만한 대회 우승상금 수준인 1억1,520만원의 준우승 상금을 받은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고진영은 8억308만원으로 시즌상금 2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이날 박성현과 한 조에서 맞대결을 벌인 여자골프 세계랭킹 4위 톰프슨은 1타를 줄여 단독 6위(2언더파)에 올랐다. 다음달 결혼하는 ‘예비신부’ 허윤경은 전반에 1타를 줄였지만 후반에만 7타를 잃는 난조를 보이며 LPGA 투어 멤버 제시카 코다(미국) 등과 함께 공동 12위(1오버파)로 마감했다. 박성현은 “(2014년 3라운드에서 91타를 치는 등) 유독 잘 안 풀렸던 대회라 꼭 우승하고 싶었는데 간절함이 통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히고 “일단 다음 목표는 시즌 8승”이라고 말했다.

한편 변별력 있는 코스와 정상급 해외 선수 초청으로 유명한 이번 대회는 박성현의 우승으로 실력파 챔피언 배출이 이어졌다. 유소연, 김세영, 김효주, 노무라 하루(일본) 등은 이 대회 우승 이후 LPGA 투어 진출에 성공했거나 승수를 추가했다.

/태안=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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