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부품 업체들이 방향키를 해외로 돌리고 있다.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하는 현대·기아, GM 등 국내 완성차업체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부산광역시에서 부품 세척기를 생산하는 A사는 올 초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면서 ‘5년 내 10대 완성차 거래’라는 내부청사진을 마련했다. 이 회사는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A사 관계자는 “완성차업체가 파업을 선언하면 그 기간 동안엔 공장이 올스톱된다고 보면 된다”며 “그 기간만큼 고스란히 매출액이 사라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회사 매출에서 국내 완성차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65% 선으로 예전보다 많이 낮아졌다. 이 회사는 해외 거래를 늘려 5년 안에 국내 비중을 50% 선까지 끌어내릴 계획이다.
매출처 분산은 영업이익률을 높이는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해외 완성차업체의 경우 단가인하 압력이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이다.
전기차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B사는 과거 90%에 달했던 국내 완성차 업체 비중을 60%대까지 낮췄다. 현재 이 회사는 미국GM을 비롯해 벤츠, 아우디, 볼보, 닛산, 마힌드라 등 세계 각국의 완성차 업체와 거래를 텄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해외시장 개척은 재고 줄이기나 안정적 납품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이익률을 개선하는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품업체 관계자는 “해외기업 납품 물량을 확보해야만 국내 완성차업체가 파업하는 시기에도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며 “해외 거래선을 확대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박해욱·백주연기자 spook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