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근(오른쪽 두번째) 현대상선 신임 최고경영자(CEO) 내정자(현 인천항만공사 사장)가 지난 3일 서울시 종로구 현대상선 본사에 마련된 비상상황실을 찾아 임직원과 해운업계 현안을 점검하고 있다. 유 내정자는 오는 20일 현대상선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회사 대표로 공식 선임된다. /사진제공=현대상선
유창근 현대상선 신임 최고경영자(CEO) 내정자. /사진제공=현대상선
지난 3일 유창근 현대상선 신임 대표 내정자가 서울 연지동의 상선 사옥에 들어섰다. 사옥도, 대표 집무실도 그가 떠났던 2014년 3월 당시와 똑같았다. 현대상선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불황의 그림자도 마찬가지였다. 달라진 것은 회사의 주인이 현대그룹에서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으로 바뀌었다는 점 뿐. 인천항만공사(IPA) 사장을 맡고 있는 그는 이날 현대상선 비상상황실을 들러 임직원과 해운업계 현황을 점검했다. 앞서 2일 산업은행 등 대주주로 구성된 현대상선 경영진추천위원회로부터 최고경영자(CEO) 후보자로 최종 결정됐음을 통보받은 지 하루 만이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 내정자가 벌써부터 의욕을 보이며 경영에 관련한 각종 숫자와 시급한 현안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는 최신 상선의 구입이나 컨테이너에 비해 허약한 벌크선 부문의 재건 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 내정자의 새 CEO 선임 절차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현대상선은 5일 이사회를 열어 오는 20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 유 내정자의 이사 선임안을 부의하기로 결정했다. 20일 주총과 이사회를 거치면 현대상선 CEO에 공식 선임된다.
유 내정자는 현대종합상사와 현대건설을 거쳐 1986년 현대상선에 입사했다. 20년 넘게 현대상선을 지키며 2002년 현대상선 구주본부장, 2006년 컨테이너사업부문장에 이어 2012년 11월 회사 대표에 올랐다. 하지만 해운업 불황에 따른 실적 충격을 극복하지 못하고 1년여만인 2014년 3월 자리를 물러나야 했다.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났던 유 내정자로선 이번이 만회 기회라 할 수 있다. 한진해운마저 법정관리에 돌입한 상황에서 그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유 내정자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아직 CEO에 공식 취임하지 않아 경영상의 계획을 공개하긴 어렵다”면서 “여러가지를 고민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