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신격호 내일 소환 통보]이인원 자살 암초에…비자금→탈세로 방향트는 롯데수사

신격호 탈세 조사로 시간 번 뒤 신동빈 수사에 집중
건강문제로 출석은 미지수…서미경 강제소환 검토

롯데그룹 비리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소진세 롯데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이 5일 검찰에 출두하고 있다. /송은석기자
‘롯데그룹 경영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의 칼날이 오너가(家) 윗선을 정조준하고 있다.

검찰이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94) 총괄회장에게 오는 7일 오전10시 검찰에 출두하라고 통보를 했기 때문이다. 신 총괄회장은 피의자 신분이다. 검찰이 롯데그룹 수사에 착수한 후 오너 일가에 대한 소환 조사는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에 이어 세 번째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고(故)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의 자살이라는 암초를 만난 검찰이 수사의 무게를 비자금에서 탈세 쪽으로 바꾼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탈세 등 혐의에 대해 우선 신 총괄회장에 대해 조사하면서 시간을 번 뒤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신동빈(61) 회장 쪽으로 수사를 전환한다는 것이다.

신 총괄회장은 현재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과 780억원대 배임 등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롯데 창업주인 신 총괄회장을 불러 조사하면서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그가 지난 2006년 당시 차명 보유하던 일본롯데홀딩스 주식 6.2%를 신영자 이사장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서미경씨 모녀에게 증여하면서 6,000억원가량을 탈세했는지 여부다. 또 서씨가 운영하는 롯데시네마 내 매점 등에 일감을 몰아줘 계열회사 등에 손실을 끼쳤는지도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현재 일본에 머물고 있는 서씨가 검찰에 출두하지 않을 경우 강제소환을 검토하고 있다.


소진세(66)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 황각규(62)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 등 신 회장 최측근을 피의자 신분으로 잇따라 불러 조사하면서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을 집중 수사하던 검찰이 갑자기 탈세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는 것은 이 정책본부장의 자살로 본래 수사계획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비자금 수사의 경우 롯데그룹 경영을 최일선에서 이끌었던 이 부회장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방향성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탈세 혐의는 검찰이 이미 “신 총괄회장이 직접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수사영역이다. 게다가 이 부회장이 유서에서 “2015년 초까지 모든 결정은 신 총괄회장이 했다”고 적은 것으로 알려져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신 총괄회장에 대한 실제 소환 조사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검찰이 “신 총괄회장의 인지 상태가 연초와 크게 다름이 없다고 해 직접 조사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는 입장이나 건강 등 그를 둘러싼 환경이 소환 조사를 하기에는 다소 쉽지 않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 총괄회장 쪽에서도 고령인데다 건강상태마저 좋지 않아 방문조사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알려와 실제 그를 불러 조사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안개에 휩싸여 있다.

신 총괄회장은 한일 롯데그룹의 시초인 롯데를 1946년 세운 인물로 1967년 한국 진출 이후 사업영역을 유통·건설·석유화학 등으로 확장하면서 롯데그룹을 재계 5위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지난해 신동빈·신동주 간 경영권 분쟁 당시 고령으로 판단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올 3월에는 한국롯데의 뿌리인 롯데제과와 호텔롯데 등의 등기이사에서 차례로 물러나면서 ‘퇴진설’이 제기됐다. 특히 법원이 지난달 31일 신 총괄회장에 대해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하다”며 ‘성견 후견’ 결정을 내리면서 정신건강 문제가 사실로 드러난 상태다.

한편 검찰은 일본에 체류하면서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있는 서씨에 대해 강제소환 검토에 착수했다. 증여세 탈루 의혹을 받고 있는 서씨는 출석 요구에 현재 “고민하고 있다”는 반응만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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