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정부 고위관계자는 “누진제 논란은 에너지 공급 측면에서 한계가 있는 정부가 에너지 소비가 늘어나는 상황을 외면한 채 낡은 규제로 가정만 수요를 억제한 데 따른 불만이 터진 것”이라며 “전기요금제 개편은 정부가 일부 전력수요 증가를 고려한 것”이라고 전했다.
누진제 완화로 전력 총수요가 증가하면 국가 에너지 정책도 대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2029년까지 에너지정책 방향을 짠 ‘7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연평균 전력소비량 증가율은 2.1%로 ‘6차(2013년·2.2%)’보다 0.1%포인트 낮춰잡았다. 하지만 지난달 12일 최대전력수요는 8,518만㎾로 지난해 산업부가 7차 전력수급계획에서 내놓은 올해 여름철 최대전력 수요(8,461만㎾) 예측을 웃돌았다. 특히 수급계획에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한 에너지 신산업 확대와 사실상 전기요금 인상을 암시하는 ‘전기요금 적정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전기요금에 원전사후처리비용과 송전망주변지역보상·온실가스감축비용을 반영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저유가와 전기료 폭탄으로 전기요금 수준을 올리지 않고 누진제를 완화하면 국가 전체 전력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야당의 요구대로 전체 전력사용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높여 수요를 억제하기도 힘들다. 전기사용량이 많은 철강업체가 중국산 저가철강과 경쟁할 수 있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가 낮은 전기료이기 때문이다. 전기료가 인상되면 자체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철강업계의 부실이 빨라져 대량 실업이 야기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산업용 전기는 지난 2000년 이후 84% 올라 주택용(15.2%)보다 인상폭이 가파르다”며 요금 인상 반대를 명확히 했다.
과거 누진제 개편에 참여한 한 교수는 “고유가였던 지난 정부 때 누진제를 완화하고 원전을 더 늘릴지 말지도 결론을 냈어야 했다”며 “그렇다고 석탄과 원전을 늘리면 엄청난 반발에 직면하게 돼 정부는 신재생을 쓸 수도, 화석연료를 늘릴 수도 없는 ‘더티 에너지 딜레마(the dirty energy dilemma)’에 직면했다”고 전했다./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