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강원 춘천시 한림대 국제회의실에서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왜 정의인가’를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 잠룡 중 하나인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과 자립형 사립고·외국어고 폐지 등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사실상 대권 행보에 돌입했다.
유 의원은 7일 강원 춘천 한림대에서 ‘왜 정의인가’를 주제로 강연을 가지며 각종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먼저 야권이 주장하는 공수처 신설에 대해 “(사법부가) 부패와 비리를 저지르는 것을 보면 저래서 선진국이 될 수 있겠느냐는 엄청난 자괴감이 든다”라며 “(공수처 신설 요구를) 안 받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이는 새누리당 당론과 배치되는 의견이다. 유 의원은 “새누리당도 17대 국회 때 (공수처를) 찬성했다”라며 “새누리당이 오히려 기존 당론을 재검토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교육 부문에선 자사고와 외고를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고등학교 교육과 대학입시제도는 불평등을 심화하고 신분 세습 통로로 전락했다”라며 “자사고는 폐지하는 것이 맞고 특목고도 과학고·예술고·체육고 등 존재 이유가 특별하게 인정되는 것을 제외하고 외고는 폐지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대권 잠룡들이 이슈화하고 있는 정책들도 정조준해 비판했다. 남경필 지사를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모병제와 관련해 “우리나라 안보 현실에서 말이 안 되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모병제를 실시하면) 부잣집은 군대에 거의 안 가고 형편이 어려운 가난한 집 자식들만 군대에 가게 된다”며 “당분간 절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징병제로 가되 부사관을 많이 확대하고 무기 등 군사력을 강화시키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원순 서울 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이 실시하겠다고 밝힌 청년수당에 대해선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서울시와 성남시는 재정자립도가 85%, 63~64%지만 전남이나 강원은 자립도가 낮아 돈을 주고 싶어도 못 준다”면서 “좁은 대한민국 내에서 똑같은 혜택을 받아야 상식적으로 정의로운 정책”이라며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와 성남시는 취업하는 데 돈을 쓰지 말고 일자리를 더 만들어서 (청년들에게) 주는 것이 훨씬 건설적”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2012년 대선에서 많은 국민들에게 경제민주화와 복지, 일자리 등을 제대로 하겠다고 약속하고 당선됐는데 취임하고 3년 반 동안 그 약속을 제대로 못 지켰다”고 평가했다. /춘천=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