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미 대선] 힐러리 클린턴 <4>

힐러리의 약점...이메일, 클린턴재단, 고액강연료

◇클린턴 부부의 오래된 약점, 고액 강연

지난 2014년 힐러리 클린턴이 민주당 소속 선거출마 의원을 위한 자금모집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단에는 ‘여성이 성공할 때 미국도 성공한다’는 글귀가 붙어있다. /샌프란시스코=AP연합뉴스
‘억 소리 나는’ 고액 강연비는 힐러리 클린턴과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다. 이들의 강연료는 최고 회당 28만 달러(약 3억여 원)으로 알려졌다. 미국 민주당의 대선후보, 전직 대통령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비싸게 책정된 강연료가 당연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서민들 기준으로는 불편한 금액이다.

지난해 클린턴 부부가 강연료로 벌어들인 금액은 전체 수익 1,060만 달러(약 117억 원) 중 550만 달러(약 60억 원)으로 알려졌다. ‘서민의 옹호자’가 되겠다면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힐러리 클린턴이지만 여전히 고액강연을 계속하며 손쉽게 돈을 벌었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빌 클린턴의 경우 2001년 퇴임 후 강연수입만으로 2013년까지 세전 1억2,500만 달러를 벌어들였으며, 퇴임 후 6년간 연평균 352차례 강연을 했다.

그들의 외동딸 첼시 클린턴도 고액 강연으로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지난해 7월 워싱턴포스트(WP)는 여성명예의 전당 개관을 앞둔 미주리대 캔자스시티 캠퍼스에서 대표 연사로 힐러리 클린턴을 초청하려 했으나 27만 5,000만 달러를 요구한 탓에 대신 딸인 첼시를 불렀다. 당시 1시간 가량의 일정을 소화하는 대가로 첼시 클린턴은 6만 5,000 달러를 받았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8월 마지막 2주간을 갑부들을 대상으로 한 선거자금 모금 행사를 열어 한 푼이라도 더 뽑아내는 데 집중했다”고 지적하며 몇 차례 진행된 고액 강연을 소개했다. 지난달 30일 뉴욕의 부촌 롱아일랜드 햄튼에서는 1인당 25만 달러(2억 8,000만 원)을 내야 참석할 수 있는 강연 겸 선거자금 모집 행사가 열렸다. 가수 폴 매카트니와 본 조비, 영화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 등 유명인사들도 참석한 이 자리에서 클린턴 캠프는 총 250만 달러를 선거자금으로 거뒀다. 뉴욕 헤지펀드 거물 애덤 샌더의 새그하버 저택에서 열린 선거자금 마련 행사에서는 2,700 달러(300만 원)를 낸 어린이(16세 이하)에게 질문권을 주는 이벤트도 열었다. 클린턴과 가족 사진을 찍기 위해선 1만 달러(1,100만 원)을 내야 했다. 신문은 지난해 12월 이후 기자회견을 열지 않으면서 베버리힐스와 실리콘밸리, 뉴욕 햄튼 등의 갑부들로부터 다수의 질문을 받아 대답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의회전문지 더힐도 이날 “클린턴이 사적인 고액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 참석하느라 유세장에서 거의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럴 줄 몰랐네…이메일 스캔들, 단순 규정위반? 국가안보 위협?

힐러리 클린턴 미 민주당 대선후보/AP연합뉴스



이메일 스캔들은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으로 일하던 2009년부터 4년간 개인 이메일 서버(HDR22@clintonemail.com)로 업무상 문건을 주고받은 일을 말한다. 관용 이메일을 사용하지 않은데다 이메일 내용을 국무부 서버에 저장해야 하는 연방기록법을 어긴 것이 문제가 됐다. 공화당에서는 보안이 취약한 개인 이메일을 통해 국가 안보를 좌우하는 기밀정보를 다뤘다는 점을 부각해 클린턴을 힐난했다. 공직사회도 클린턴의 행동에 의문을 제기했다. 제임스 베런 전 미 국립문서보관서(NARA) 소송 담당 국장은 “모든 공직자의 이메일과 편지는 정부 기록물로, 정부 서버나 보관소에 있어야 한다. 보안 문제도 있어 개인 이메일 사용은 제한돼 있다”며 “클린턴 전 장관처럼 연방 업무에 개인 계정을 전적으로 사용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의 시발점은 2015년 3월 2일자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였다. 당시 ‘힐러리 클린턴 국무부에서 개인 이메일 계정 사용…규정위반 가능성’이란 제목으로 나간 이 보도는 클린턴이 2009년 1월부터 2013년 1월까지 4년의 장관 재임 기간 중 정부 이메일을 사용하지 않았음은 물론 공무에 사용한 개인 이메일을 보관하지도 않았다는 점을 최초로 전했다. 또한 2014년 말께 클린턴의 보좌관들이 그의 이메일 가운데 3만 건(5만 5,000 페이지)를 국무부로 넘겼다는 점도 보도했다. 클린턴이 숨기고 싶었을 이 내용은 하원 조사위원회가 2012년 발생한 벵가지 습격사건(리비아 벵가지의 미국 영사관을 이슬람 무장단체 테러리스트들이 습격한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클린턴으로부터 자료를 제출받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당시 의회는 국무부와 중앙정보국(CIA)의 늑장 대응으로 4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비판을 제기하며 조사를 시작했는데, 이때 클린턴의 이메일이 모두 개인 계정을 통해 주고받은 것임이 확인된 것이다. 이메일이 보편화된 뒤 국무장관을 지낸 매들린 올브라이트 이후 국무부 이메일 계정을 쓰지 않은 장관은 클린턴이 처음이었다.

이후 주요 외신들의 보도에 따르면 클린턴은 국무장관 집무실인 ‘마호가니 로’에 들어가기 전 보안금고에 개인용 블랙베리 휴대폰을 보관해야 하는 절차를 지극히 싫어해서 공무상 메일을 개인 휴대폰을 통해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은 자신의 집 지하에 설치한 개인 이메일 서버에 문제의 블랙베리폰을 연동시켜두고 국무장관 지명 전에 서버를 구축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국무부의 반대에 클린턴은 ‘마호가니 로’에 블랙베리를 반입하지 않는 데 동의했다.

‘보수 시민단체 ‘사법감시(Judicial Watch)’는 국무부를 상대로 이메일 공개 소송을 제기했다.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지 4개월이 지난 2015년 7월 중순 다시 불이 붙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임명한 2명의 감찰관이 클린턴의 개인 이메일을 조사한 결과 기밀로 분류될 수 있는 것들을 발견해 국무부에 보고했으며 국무부는 이를 기반으로 법무부에 수사를 의뢰했다. 같은 해 8월 14일에는 연방수사국(FBI)이 관련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무부 감사관실은 올해 5월 규정 위반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방송에서 잘못이 없다던 힐러리는 결국 2015년 9월 8일 AP통신 인터뷰에서 이메일 스캔들에 대해 사과했다.

1년 가까이 수사를 진행한 FBI는 지난 7월 최종 결론을 내렸다.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기자회견에서 클린턴이 국무부에 제출한 3만 건의 이메일 가운데 52다발 110건은 비밀정보였다고 밝혔다. 그 중 8개 다발은 1급 비밀(top secret), 36개 다발은 비밀(secret), 다른 8개 다발은 그보다 낮은 기밀(confidential)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클린턴과 그 참모들이 “극도로 부주의했다”고 비판했지만 “합리적 검사라면 기소까지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불기소를 권고했다. 국가기밀인 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소홀히 다뤘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법적 책임은 면했지만 이메일 스캔들은 클린턴에게 ‘부정직한’ 인사라는 이미지를 덮어씌웠다.

◇단순한 자선단체일까…로비창구로 의심받는 클린턴재단

/클린턴재단 홈페이지


클린턴 부부가 전 세계 빈민을 위해 만든 자선단체 ‘클린턴 재단’. 좋은 취지로 시작한 단체지만 하나의 로비창구로 전락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휩쓸린 곳이기도 하다. 2016년 8월22일 보수 성향의 사법감시단체 ‘사법 감시’(Judicial Watch)는 지난 22일(현지시간) 클린턴 재단의 고액 기부자들이 클린턴 재임 당시 국무부로부터 각종 특혜를 받은 정황이 담긴 이메일을 폭로했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은 클린턴이 국무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국무부가 성차별이나 인권탄압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중동지역 국가들로부터 수천만 달러의 후원금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또한 클린턴 재단 고액 기부자 154명 중 85명이 클린턴을 특별히 접촉하는 특권을 누렸다고 지적했다. 그 중 클린턴재단에 거액을 기부한 바레인 왕세자는 국무부를 통해 클린턴과의 면담을 추진했고, 우크라이나 억만장자 빅토르 핀추크는 클린턴 저택에서 열린 파티에 초대돼 논란의 중심에 섰다. 클린턴과 얼굴을 마주한 고액 기부자들이 이 재단에 내놓은 돈은 1억5,600만 달러(약1,74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클린턴이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재단 기부자들의 입김이 백악관까지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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