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M의 일원이자 세계 최대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라인은 부산·상하이·LA(롱비치터미널)를 경유하는 아시아~미국 서안 신규 노선인 ‘TP1’ 서비스를 시작한다. 4,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6척을 투입하며 첫 출항은 이달 15일이다. 머스크라인은 앞서 지난 7월에도 부산항과 중국 칭다오, LA를 잇는 북미노선 ‘TP8’과 싱가포르·뉴욕·마이애미 등을 경유하는 유럽 노선인 ‘TP11’을 연계하고 이 두 노선에 8,500TEU급 컨테이너선 17척을 투입했다. 이 역시 한진해운을 비롯한 아시아 선사들의 미주노선 지배력 저하를 예상한 선제조치로 풀이된다.
2M의 또 다른 회원으로 머스크라인을 잇는 2위 해운사인 스위스 MSC도 약속이나 한 듯 이달 15일부터 5,000TEU급 6척을 아시아~캐나다 서안 신규 노선인 ‘메이플’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역시 부산과 상하이, 중국 광둥성 옌톈을 경유해 캐나다 프린스루퍼트항으로 향하는 노선이다. MSC는 “지난달 31일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피해를 본 화주들을 위해 서비스를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머스크라인과 MSC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시작되기 무섭게 미주노선으로 파고드는 것은 이 노선에서 강력한 경쟁자인 한진해운을 몰아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한진해운 선박의 항구 입출항이 봉쇄되고 공해에 정박한 틈을 타 신규 선박을 투입해 화주들을 포섭한다는 전략이다.
세계 1·2위 해운사가 뭉친 2M은 전체 해운 시장의 28.6%를 차지하며 내년 4월 예정대로 현대상선이 합류하면 점유율은 30.5%로 늘어난다. 그동안 미주노선만큼은 한진해운 점유율이 7.4%(지난해 기준)로 머스크(9.3%)나 MSC(7.5%)와 맞먹는 지위를 누려왔다.
한국 해운업계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가능성이 불거진 올 상반기부터 우려하던 상황이 현실로 다가왔다고 본다. 김우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본부장은 “화주와의 신뢰관계 등 해운사가 보유한 특수한 무형자산은 법정관리 사태가 한번 발생하면 금세 외국 선사들이 가로챌 게 뻔하다”면서 “자칫 한진해운이 원양선사로서의 위상을 상실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MSC가 롱비치터미널에 한진해운이 보유한 알짜 항만부지(TTI)를 인수해 한진해운의 핵심 기지마저 가져갈 수 있다는 전망도 많다. 미 서안 최대 항만인 롱비치에 자리한 TTI는 한진해운이 미국 정부에서 임대해 오는 2027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이곳의 지분은 한진해운이 54%, MSC가 46%를 가지고 있으며 한국 법원이 매각을 결정할 경우 MSC가 1순위 인수 협상자가 될 공산이 크다. 실제로 MSC는 인수작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의 한 관계자는 “롱비치는 한진해운의 상징과도 같다”며 “이곳의 우리 항만부지마저 빼앗기면 사실상 2M이 롱비치터미널 전체를 차지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