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 끝에 우리은행 지분 인수를 위한 저울질에 들어간 포스코는 그간 우리은행의 유력한 ‘백기사’ 후보로 꼽혀왔던 곳이다. 공기업 성격이 강한데다 우리은행이 포스코 지분을 1% 보유하고 있는 등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지난 2010년 우리은행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도 유력 후보로 물망에 오른 바 있다.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포스코그룹 자회사인 포스코ICT가 우리은행과 KT·한화생명 등이 주도하는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 컨소시엄에 함께 참여하면서 관계가 더 각별해졌다. 포스코로서는 우리은행 소수 지분 인수를 통해 확보한 이사회 사외이사 추천권을 K뱅크 내에서 포스코ICT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 포스코측은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한 것은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지만, 이같은 상황들을 감안할 때 최종까지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산업계에서 우리은행 지분 인수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지목하는 또 다른 기업은 KT다. KT 역시 포스코와 마찬가지로 공기업 성격이 강한데다 우리은행과 함께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들어 은행업계가 모바일뱅크 활성화에 집중하면서 통신사와 은행 간 시너지 창출 가능성이 업계 안팎에서 높게 평가되고 있어 양사가 어떤 식으로든 손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한화·교보 등 생명보험사들이 우리은행 지분 인수에 관심이 있는 후보군으로 앞다퉈 거론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새마을금고가 보험사보다 더 유력한 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 등 향후 부정적 변수가 큰 보험사들에 비해 새마을금고는 우리은행 지분 인수에 상대적으로 여유 있게 ‘실탄’을 투입할 수 있고 금융업 확대에 대한 의지도 크기 때문이다. 더불어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고 국내외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새마을금고가 우리은행 지분을 확보하면 배당을 통해 수익의 안정성도 높일 수 있다.
이와 함께 금융권에서는 한국투자금융지주·미래에셋금융그룹 등이 우리은행 지분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후보로 분석되고 있으며 국내외 사모투자펀드(PEF)들도 우리은행 지분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은행 지분 인수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한 기업 관계자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든 상황인 만큼 과거에 비해 좀 더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투자의향서(LOI) 접수 마감일까지 심사숙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은행은 이날 주식시장에서 1만1,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금융당국이 우리은행 매각 방안을 공식적으로 밝힌 지난달 24일 종가(1만450원) 대비 8.6%, 연초(8,600원) 대비로는 31.9% 오른 수준으로 두 기간 모두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웃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번 지분 매각이 과거 실패했던 네 차례와 달리 성공적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정영현·한재영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