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간판 모델, 화려한 변신으로 컴백하다

JOY RIDE | 재규어 '올 뉴 XF S AWD' 수려한 디자인과 강력한 주행성능 뽐내

재규어가 완전히 새로워진 ‘올 뉴 XF’를 선보였다. XF는 재규어에게 특별한 존재다. 중형 세단으로 탄생한 이후 재규어의 판매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올 뉴 XF는 ‘빠르고 아름다운 차’를 브랜드 슬로건으로 삼고 있는 재규어의 철학을 잘 보여준다. 세련된 디자인과 강력한 힘, 새로운 첨단 기술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올 뉴 XF의 최상위 모델 ‘XF S AWD’를 만나본다.

재규어의 중형 세단 XF가 완전히 달라졌다. 8년 만에 모든 것을 바꾼 XF는 올 뉴 XF라는 이름을 얻었다. XF가 재규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지난 8년 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약 28만 대가 판매됐다. 한때는 재규어의 글로벌 시장 연간 판매량의 절반을 넘기도 했다. 한국에서의 위상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재규어는 국내에서 2,804대를 팔았다. 이 중 절반 이상을 XF 모델이 차지했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중형 세단의 경쟁은 치열하다.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아우디 A6 등 브랜드마다 뛰어난 모델을 내세우고 있다. XF는 좋은 차가 분명하지만 독일산 중형 세단에 비해 판매량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재규어는 중형 세단 시장을 넓히기 위해 모든 것을 바꾼 올 뉴 XF를 투입했다. 재규어는 올 뉴 XF의 상품성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우아하면서도 스포티한 디자인은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새로운 엔진과 변속기는 스포츠카를 만들어 온 혈통의 우수성을 강조하고 있다. 알루미늄으로 만든 차체를 사용해 몸무게도 확 줄였다. 이 정도 변신이라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해 보인다.

올 뉴 XF는 20d(디젤 엔진) 프레스티지, 20d 포트폴리오, 25t(가솔린 엔진) 프레스티지, 25t 포트폴리오, 30d 포트폴리오, 35t AWD R-Sport, S AWD 등 7가지 세부모델로 출시됐다. 부가세를 포함한 가격은 6,440만 원부터 1억50만 원이다.


1. 재규어의 스포츠카 F-TYPE을 닮은 후미등.
2. 쿠페같은 날렵한 자세가 돋보인다.
3. 커다란 파노라마 글라스도 달려 있다.
4. 단순하고 공격적인 앞모습.
시승을 위해 만난 XF는 최상위 모델인 XF S AWD이었다. XF S AWD는 납작 엎드려 있었다. 차체 주위를 한 바퀴 둘러봤다. 공격적인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끝부분을 치켜 뜬 헤드램프, 커다랗게 입을 벌린 벌집 모양 라디에이터 그릴, 공기흡입구 세 개가 만들어낸 인상이었다.

차체 옆 모습은 큼직큼직하고 단순한 비율로 빚었다. 쿠페처럼 날렵하면서도 우아한 모습을 가진 이유다. XF SAWD는 여기에 19인치 휠을 끼워 넣어 자신이 ‘달리기 선수’임을 은근히 강조했다. 트렁크 덮개 바로 아래에 납작하게 붙어 있는 후미등과 듀얼 머플러는 깔끔하게 뒷모습을 정리했다.

묵직한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았다. 가죽과 알루미늄을 아낌없이 두른 실내가 펼쳐졌다. 실내 공간은 좁지도 넓지도 않았다. 올 뉴 XF는 길이×폭×높이×휠베이스가 4,954×1,880×1,457×2,960mm다. 기존 모델보다 길이가 7mm 짧아졌지만 휠베이스는 51mm 늘었다. 뒷좌석 공간도 전 세대 모델에 비해 여유가 생겼다. 무릎 공간은 24mm 늘어났고 머리와 천장 사이는 27mm 높아졌다. 뒷좌석은 왼쪽과 가운데, 오른쪽 등받이를 각각 따로 접을 수 있어 부피가 큰 물건을 실을 수 있는 실용성도 챙겼다.



고급스럽고 깔끔한 실내 디자인이 돋보인다.
시동 버튼을 누르자 ‘웅~’ 하며 엔진이 깨어났다. 엔진이 살아남과 동시에 재미있는 환영식이 열렸다. 센터 콘솔에 숨어 있던 원통 모양 변속기 레버가 솟아오르고 송풍구가 빙글 돌면서 열렸다. 재규어 최초로 적용한 헤드업 디스플레이에는 재규어 로고가 반짝이며 떠올랐다.

고급 세단을 타고 있다는 만족감은 오디오에서도 이어졌다. XF는 오디오 명가 메리디안(Meridian)이 만든 음향시스템을 탑재했다. 특히 시승차인 XF S AWD에는 스피커가 17개나 달려 있다. 실내에 뿜어져 나오는 풍부하고 명료한 음악 소리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주행을 시작하자 묵직하게 차가 움직였다. 재규어를 탈 때마다 느끼는 점이 있다. 첫째는 묵직한 주행 감각이다. 두 번째는 운전자가 마음먹은 순간 날렵한 몸동작을 보이며 운전하는 재미를 준다는 점이다. XF S AWD는 재규어가 지닌 주행 특성을 더욱 끌어올린 느낌이었다. 가속페달을 밟자 막힘 없이 속도가 올라갔다. XF S AWD는 3리터 가솔린 V6 수퍼차저(엔진 구동력으로 펌프를 작동시켜 실린더에 혼합연료를 강제적으로 밀어넣는 장치) 엔진을 얹었다. 제원상 최고출력은 380마력(6,500rpm), 최대토크는 45.9kg·m(4,500rpm)를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을 5.3초 만에 끝내는 화끈한 모델이다.

독일 ZF에서 만든 8단 자동변속기는 스탠다드, 에코, 다이내믹, 윈터 등 다양한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재규어 드라이브 컨트롤’과 연결되어 유연하게 움직인다. 스탠다드 모드와 다이내믹 모드의 주행 특성은 판이하게 다르다. 스탠다드 모드에서 다이내믹 모드로 바꾸자 변속기는 엔진 힘을 최대한 끌어올릴 때까지 기다렸다. 발끝으로 가속 페달을 툭툭 건드려도 차량이 튀어나갈 만큼 엔진 반응은 예민해졌다. 넘치는 힘을 제어하기 위해 운전대는 무거워졌고 서스펜션도 단단해졌다. 진짜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길 수도 있다. 다이내믹 모드 상태에서 동그란 변속기 레버를 S(스포트)로 돌리면 운전대에 붙어 있는 변속 레버를 수동으로 조작해야만 차량을 제어할 수 있다.

XF S AWD는 네 바퀴를 모두 굴린다. XF S AWD에 달린 사륜구동 시스템은 운전대 각도, 바퀴 속도 등 차량 주행상황을 세심하게 관찰한다. 스포츠 드라이빙을 해치지 않기 위해서다. 언더스티어(차량이 코너를 돌 때 운전대를 돌린 각도보다 차량의 회전각도가 커지는 현상)나 오버스티어(고속 회전 시 차량 뒷바퀴가 코너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려는 현상)가 감지됐을 때 앞뒤 바퀴에 최적의 토크를 분배해 마찰력을 회복하고 차량을 제어한다. 이와 함께 토크 벡터링 시스템은 좌우 브레이크를 독립적으로 자동 제어해 급격한 회전 구간에서 차량의 코너링 성능과 제어력을 극대화한다.

가속페달을 꾹 밟자 몸이 등판에 파묻혔다. 짜릿하지만 우아한 가속 감각이었다. 급격한 커브길에서 속도를 줄였다 다시 가속하는 것을 반복했지만 차량의 제어력은 무너지지 않았다. 비가 내려 노면이 미끄러운 상황에서 급격히 꺾어지는 도로 구간에 진입했지만 XF S AWD는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했다. 사륜구동 시스템을 달았지만 날렵한 주행 감각은 그대로 살린 점이 놀라웠다.


올 뉴 XF는 알루미늄 차체를 사용해 무게를 줄이고 강성은 높였다.
도심과 국도에서 중저속으로 달릴 때는 편안하고 안락했다. 구불구불 고갯길에서도 도로에 착 달라붙어 단단하게 자세를 잡아나갔다. 이런 차량 자세는 새로 적용한 알루미늄 차체도 한몫을 한다. 올 뉴 XF는 알루미늄으로 차체를 만들었다. 알루미늄은 강철에 비해 원가도 높고 성형이 까다롭다. 차체 부위에 따라 성형법이 다르다. 또한 접합도 까다롭다. 다른 소재와는 물론이고 알루미늄끼리도 용접을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리벳과 특수 본드 등을 이용해 접합한다. 알루미늄 차체의 혜택은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올 뉴 XF는 이전 모델에 비해 190kg 이상 가볍다. 비틀림 강성은 28% 높아졌다. 무게가 줄고 차체 강성이 커지면서 움직임은 민첩해졌고 과격한 움직임에도 안정감을 잃지 않았다.

재규어에는 뭔가 독특한 점이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나 BMW, 아우디 같은 독일 프리미엄 세단들이 서로 꼬리를 물고 도로를 주행하는 모습은 이제 전혀 낯설지 않다. 반면 도로에서 마주치는 재규어는 여전히 신선하다. 독일차와는 다른 디자인과 차체 구성, 주행 감각은 재규어를 한번이라도 타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다. 올 뉴 XF는 재규어가 이룬 혁신적 변화와 나아갈 미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델이다. 오랜 시간 칼을 갈아온 만큼 완성도도 뛰어나다. 올 뉴 XF로 인해 재규어 가문의 위상은 분명 더 굳건해질 것이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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