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구 한국금융 부회장 "몸집만 키워선 해악".. "하이투자인수, 시너지 있나요" 반문

■서울대 채용설명회서
초대형 IB 4조 겨냥 유상증자설 수면 아래로
"하이투자증권 매력적이지 않아"
한투 올해 100명 선발 계획 .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
대우증권·현대증권 등 대형 증권사 인수합병(M&A)에 잇따라 실패한 한국금융지주(071050)가 몸집을 키우기보다 ‘내실 다지기’에 집중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이 최근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을 위해 제시한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기준을 급하게 맞추기보다 수익성(자기자본이익율·ROE)을 높이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김남구(사진)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은 8일 서울대에서 열린 신입직원 채용설명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정된 지주의 자원을 한국투자증권 증자에 써야 할지 고민이 생긴다”며 “ROE 8%가량의 한국투자증권과 다른 계열사를 포함한 한국금융지주의 ROE가 10%대라는 점에서 증권사 몸집을 키워 다른 계열사에 비해 더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이 지난 4월 현대증권 인수전 실패 이후 공개 석상에서 증권사 인수 여부, 유상증자를 포함한 자기자본 확충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이투자증권 인수전 참여 여부에 대해 “증권 차원에서 (참여 여부를) 검토를 하고 있겠지만 매력적이지는 않다”면서 오히려 “인수한다고 무슨 시너지가 있나요” 반문했다. 한국투자증권의 기업공개(IPO)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동안 한국투자증권은 금융당국이 제시한 초대형 IB 기준을 맞추기 위해 유상증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하이투자증권 같은 매물로 나온 증권사의 인수 후보자로 거론됐지만 김 부회장의 발언은 몸집을 키우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초대형 IB 최소 기준보다 적은 3조2,000억원 수준이다.

김 부회장은 “어떤 회사를 M&A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여러 잣대를 고려해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커져서 더 해악만 될 경우 더 커질 필요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해외 시장 개척과 관련해서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김 부회장은 “베트남 증권사를 인수하기까지 5년 가까이 로컬(지역) 주식시장의 문화를 익혔다”며 “인도네시아 증권사 인수도 충분한 시간이 되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유교문화 중심의 아시아 지역 진출에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부회장은 “솔직히 미주·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골드만삭스와 같은 글로벌 IB들과 경쟁하기에는 준비가 덜 돼 있다”며 “한자를 쓰고 유교 문화권의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진출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투자증권은 업황에 관계없이 매년 100명 안팎의 신입사원을 공채하는 사실상 유일한 증권사다. 지난해 80명을 선발한 데 이어 올해도 100여명의 신입사원을 뽑을 예정이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