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대출 거절...더딘 그룹 지원...한진해운 사태 수습 난항

대한항공 '600억 해운 지원안'
이사회서 결론 못내...9일 재논의
조양호 회장 400억 사재출연도
대출절차로 다소 시간 걸릴듯
수출 차질액은 1억弗 넘어서

한진해운 사태에 대한 수습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한진그룹은 지난 6일 1,000억원 규모의 한진해운 지원안을 내놓으며 물류대란 진화에 나섰으나 실제 자금 투입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등장해 물류난 수습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물류 차질에 따른 수출 업계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정부와 채권단이 국내 해운업을 살리기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한진해운에 대한 대출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8일 오전 긴급 이사회를 열고 한진해운 지원방안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한진그룹은 6일 내놓은 지원안에서 대한항공 사내유보금 600억원을 한진해운 돕기에 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진해운 소유의 미국 롱비치터미널(TTI) 지분 등을 담보로 잡는 조건이다.

대한항공 사외이사들은 이미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한진해운이 보유한 자산을 담보로 잡을 때 불거질 수 있는 법적 논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조양호 회장, 조원태 대한한공 총괄부사장을 비롯한 4명의 사내이사와 김승유 하나학원 이사장, 이석우 법무법인 두레 변호사, 이윤우 거제빅아일랜드자산관리 회장, 김재일 서울대 경영대 교수, 반장식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 안용석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등 5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된다. 대한항공은 9일 다시 이사회를 열어 지원방안에 대한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9일 이사회에서는 가결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 돈을 다시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어 대한항공 재무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조양호 회장이 약속한 400억원의 사재 출연도 아직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400억원을 충당한다는 계획이지만 실제 대출까지는 심사와 같은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1,000억원 지원이 모두 완료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진해운의 또 다른 ‘자금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채권단의 한진해운 긴급자금지원(DIP파이낸싱·법정관리 기업에 대한 대출)은 이날 사실상 무산됐다.

법원은 7일 “한진해운이 약속한 1,000억원으로는 물류대란을 해결하기 어렵다”며 산업은행에 DIP파이낸싱을 요청했으나 정부와 채권단은 이를 거절하기로 결정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총 2,000억원이 필요하다는 법원 분석과 달리 1,000억원이면 일단 바다 위를 떠다니는 유랑화물에 대한 하역작업을 시작해 급한 불을 끌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한진해운 정상화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의 외상값 변제를 위해 국민의 세금을 쓰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물류대란에 따른 수출 차질액은 1억달러를 넘어섰다. 한국무역협회는 신고센터에 접수된 수출차질액이 이날 오전 현재 총 220건(219개사), 약 1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식품 분야가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식품의 유효기간은 3개월인데 중국 등 일부 국가는 통관에만 3주가량이 소요돼 물류대란이 장기화할 경우 식품을 모두 폐기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김치 등 600만달러어치의 상품을 싣고 가다 선박이 억류된 D사의 경우 제품을 폐기할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일범·김보리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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