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이호재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개별소비세 종료 인하와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등의 내수 위축 요인에도 올해 우리 경제가 2.7%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8·25 가계부채 관리 방안이 가계부채 급증세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총재는 9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직후 기자 간담회를 갖고 “경기 회복을 저해하는 불확실성 요인이 있지만 종합적으로 볼 때 지난 7월 전망(2.7%)에 부합하는 경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로 인해 7월 맞닥뜨렸던 ‘소비절벽’의 효과가 8월에는 많이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은 자체 모니터링 경과를 보면 월 중에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로 감소했던 소비, 그리고 설비투자가 8월에는 반등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건설투자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현재 경기 상황을 설명했다.
한진해운이 우리 수출 등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인 것으로 예상했다. 이 총재는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 해상운임이 상승하거나 운송지연으로 수출 기업 어려움 겪고 있지만 정부가 대체선박 투입 등 여러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며 “제반 조치가 원활히 진행되면 거시경제나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 범위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는 기존의 소비자물가 전망치는 낮아질 수 있음을 밝혔다. 그는 “물가 면에서는 전기료 한시 인하 등으로 하방리스크가 분명히 발생했다”고 말했다.
가계부채를 놓고는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억제책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총재는 “8·25대책은 기본적으로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를 적정수준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필요성과, 그러한 대책이 실물경제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판단을) 내린 것”이라며 “정부가 시행을 조속히 앞당기고 금융권 전반의 가계부채 동향을 점검·관리할 계획인 것을 비추어 볼 때 가계부채 급증세가 어느 정도는 완화될 것이다”고 말했다.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서게 될 경우 우리나라 기준금리 하한선도 높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시사했다. 기준금리 하한선이 높아지면 그만큼 금리 인하 여력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이 총재는 “이론적으로 미국 금리 인상이 신흥국의 자금 유출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우리나라 기준금리 실효 하한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되고, 국내 채권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투자가 견조한 점을 고려하면 영향을 일률적으로 말하긴 어렵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