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경제]한우가 끌어올린 추석 물가…김영란법 이후에는 더 오른다

올 추석 차례상 22만5,000원 전년 比 0.3%↑··한우값 15% 급등 탓
‘추석 특수’ 누려야 할 한우협회, 법시행 앞두고 매출 50~60% 감소
농식품부 “김영란법 시행 후 한우 생산 감소액 2,421억원”··한웃값 고공행진 불가피

뒷북경제
추석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유례없는 폭염으로 작황이 나빠지면서 농산물 가격이 폭등한데다 수급부족으로 한우 가격마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특히 오는 28일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은 가뜩이나 어려운 한우 농가의 이윤을 감소시켜 향후 한웃값 폭등을 부추기는 또 다른 불씨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1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추석 차례상을 마련하는 데는 전통시장의 경우 22만5,000원이 필요할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주 조사결과 대비 0.3% 상승한 수치다. aT는 지난달 24일, 31일, 9월 7일 등 총 세 차례에 걸쳐 전국 17개 지역 41개소를 대상으로 추석 차례상 성수품 28품목의 구매 비용을 조사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채소류의 가격 상승세가 눈에 띈다. 올여름 계속된 찜통더위로 채소류의 생육이 불안정해지면서 차례상에 올라야 할 채소들의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는 것이다. 추석 연휴를 8일 앞둔 이달 7일 기준, 나물용 시금치 400g의 가격은 6,822원으로 지난해(2,613원)보다 무려 161.1%가 가격이 올랐다. 김장용 배추 300g은 840원으로 지난해(326원) 대비 157.7% 급등했다. 김장용 무(200g) 역시 지난해 190원에서 올해 314원으로 1년 새 65.3%나 상승했다.

갈수록 줄어드는 한우 사육 수
한우의 가격 상승세는 장바구니 물가를 끌어올리는 최대 요인이다. 한우 가격 자체가 차례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고기 전을 부치기 위한 쇠고기 우둔 1.8㎏은 올해 7만4,366원으로 지난해(6만4,687원)보다 15.0% 상승했다. 고깃국 용 쇠고기 양지 300g도 지난해(1만1,093원)보다 11.8% 뛴 1만2,401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문제는 한우의 가격 상승이 꾸준히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채소류의 가격 상승은 유례없는 폭염이란 계절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이지만 한우 가격 상승은 한우의 사육두수 감소에 따른 수급부족이라는 구조적인 요인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우 농가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표 시점인 2012년 기점으로 가격 폭락을 우려해 사육 마릿수를 줄여왔다. 한우 사육호수가 2012년 15만4,000호에서 2016년 8만8,000호로 42% 급감한 것이 방증이다. 4년간 한 해 1만6,500호씩 사라진 셈이다. 더욱이 FTA 관세율이 향후 단계적으로 하락하면 한우 가격은 더욱 오를 수밖에 없다. 미국산 소고기 관세율은 올해 26.7%에서 2017년 24%, 2020년 16%, 호주산 관세율은 올해 32.0%에서 2017년 29.3%, 2020년 21.3%로 줄어든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13년 50.1%였던 소고기 자급률이 2019년에는 38.8%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 마트.
또 하나의 복병도 나타났다. 바로 오는 28일 시행되는 ‘부정정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다. 이미 전국한우협회에서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한우추석선물세트 매출이 지난해보다 50~60% 가량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매장별로 한우선물세트 주문이 없다고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평년과 달리 김영란법 시행을 앞둔 탓에 한가위 특수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가격이 비싸 한우에 대한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김영란법 시행으로 명절 특수마저 사라져 버린 셈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선물수요 감소로 한우의 경우 생산액이 2,421억원 줄어들고 소매매출은 최대 3,433억원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김영란법을 지키기 위해서는 한우는 물론 삼겹살도 먹기 힘들어진다”며 “실제 피해액은 이보다 더 많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우려했다. 한우 사육두수 감소라는 상수(常數)에다 김영란법이라는 변수까지 나타나면서 축산농가 이윤감소→폐업증가 →한웃값 폭등 →명절 물가 폭등이라는 악순환의 덫을 끊기가 어려운 구조가 됐다는 설명이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