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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을 둘러싼 한중일 3국의 근대사 역사전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는 지난 4∼6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제12차 회의에서 중국이 제출한 '난징 대학살 문건'의 유네스코 등재를 확정됐다. 난징대학살 문건은 일본 군대가 1937년 12월 난징을 점령한 후 6주간 난징 시민과 무장해제된 중국 군인들을 학살한 사실과 1945년 이후 전쟁 범죄자의 재판 관련 기록물을 아우른다. 이번 등재심사에서 1983년 방송된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기록물과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저작물을 위해 새긴 목판인 '한국의 유교책판'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반면 중국이 함께 신청한 일본군 위안부 자료는 등재에 실패했다. 한국도 위안부 기록의 유네스코 등재를 신청했었지만 성과를 보지 못한 바 있다. 지난해 6월 중국정부가 이들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사실이 알려지자 일본 측이 강력 반발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은 이에 앞서 7월 태평양전쟁 중에 조선인이 대규모로 강제 동원돼 혹사한 장소 7곳을 포함한 산업유산 23곳을 '일본 메이지 산업혁명 : 철강, 조선 그리고 탄광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시켜 한국 정부와 외교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앞으로도 동아시아 외교 갈등이 지속되면서 근대 역사 해석을 둘러싼 한중일의 세계기록유산 전쟁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 등재된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기록물은 KBS가 1983년 6월30일부터 11월14일까지 생방송한 비디오테이프와 당시 이산가족 신청서, 방송진행표, 제작진의 업무수첩, 기념음반, 사진 등 2만522건의 자료를 포함한다. 당시 이산가족 생방송에는 10만여건이 접수돼 5만3,000여건이 전파를 탔으며 1만189건의 상봉이 이뤄졌다.
'한국의 유교책판'은 305개 문중에서 기탁한 책판 718종 6만4,226장으로 구성됐다. 이를 만든 조선의 지역 지식인들은 문중·학맥·지역사회로 연결되는 네트워크를 꾸려 '공론(公論)에 의한 공동체 출판'을 진행했던 것. 책판들은 현재 경북 안동의 한국국학진흥원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이번 등재 확정으로 한국의 세계기록유산은 1997년 등재된 훈민정음 해례본과 조선왕조실록을 포함해 총 13개가 됐다. /조상인기자 ccs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