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5차 핵실험을 한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추진하기로 한 가운데 한미 외교당국이 제재 결의안에 들어갈 내용을 조율하기 위한 협의에 나섰다.
정부는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북한의 지난 1월6일 제4차 핵실험에 대해 안보리가 3월 채택한 결의안 2270호에 추가적으로 들어갈 요소들을 점검해왔으며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한 후 즉각 우리 측이 준비한 안을 미국 측에 보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11일 “지금 단계에서 어떠한 사안들이 포함될지 미리 예단하기는 어렵겠지만 2270호를 협의하던 당시 포함하지 못했던 사안들이 첫 번째 고려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지난 6개월간 2270호를 이행하면서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허점(loophole)을 개선하는 방안과 또 새로운 요소로 포함할 부분들도 안보리를 통해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준비한 추가 대북제재안에는 대북 수출입 등을 금지하는 품목을 늘리거나 선박의 운항과 관련해 사용되던 사항들을 없애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또 2270호에서 예외로 인정했던 ‘민생 목적’의 북한의 대중국 수출을 더욱 제한하거나 차단하는 방안이 담겼을 것으로 관측된다. 2270호에서는 북한의 대중국 무역에서 40% 이상을 차지하는 석탄·철·철광석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수출을 금지하면서도 북한 주민들의 생계 목적 등에 있어서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또 2270호 채택 과정에서 미국이 강력히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진 중국의 대북 원유수출 통제 카드도 재차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자산동결 및 여행금지 제재를 받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및 자금 조달에 직접 관련된 단체 및 개인 리스트를 확대하는 방안도 있다. 일본 교도통신은 10일 미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추가적인 자산동결 대상으로 북한 인민군 고위 관계자들의 목록을 중국 측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인 뉴질랜드의 제럴드 반 보헤멘 유엔주재 대사가 9일(현지시간) 안보리 회의 직후 북한 핵실험을 규탄하고 추가 제재에 착수하겠다는 내용의 언론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독자적인 대북제재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정부 당국자는 11일 “향후 국제사회와 협력하면서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독자 대북제재 조치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군 차원의 대북 심리전 강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9일 국회에 보고한 ‘북한의 5차 핵실험 상황 평가 및 대책’ 자료에서 “대북 심리전을 활용해 핵 개발의 무용성과 함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한 북한 사회의 폐해를 적극적으로 전파할 것”이라며 “시각(전광판) 심리전 장비 전력화를 통해 효과 극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 초부터 시행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북한 주민에게 외부세계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민간단체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수도 있다. 또 대북 인권제재 리스트를 공개하는 한편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관련 북한 단체와 개인에 대한 금융제재를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안보리는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15개 이사국이 참가한 가운데 비공개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의 핵실험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한편 새로운 제재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의 언론성명을 채택했다. 성명은 특히 유엔헌장 41조 하에서 안보리 결의 형태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명시, 안보리가 구속력 있는 추가 제재를 신속히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평가된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