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헌(45) 보다폰IoT코리아 대표는 최근 서울경제신문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들은 성과에 대한 보상이 불분명한 경우가 있지만 외국 기업들의 경우 일은 많이 시켜도 성과는 확실히 보상해준다”며 이같이 말했다. 영국 기반의 글로벌 이동통신사인 보다폰의 사물인터넷(IoT) 부문을 중심으로 한국법인을 책임지고 있는 그는 “항상 전방에 있는 중대장이었지 책상에 앉아 지시만 하는 리더는 아니었다”며 스스로를 세일즈맨으로 규정했다.
이 대표는 미국에서 유학한 뒤 지난 2003년 독일 글로벌 기업 지멘스 M2M(Machine to Machine·기계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스스로 관측, 제어, 문제 해결을 꾀함) 분야에서 영업을 시작한 뒤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전 직장인 인터큐브에서 프랑스 거래처가 밤이든 새벽이든 메일을 보냈을 때 즉각 답장한 것이 신뢰를 얻는 요소가 됐다. 이후 프랑스 거래처의 주선으로 지멘스 통신사업부문장에게 한국 시장에 관한 브리핑 등을 하면서 지멘스 합류 기회를 얻었다. 2008년에는 무선통신 지멘스와이어리스모듈즈의 전신인 신테리온와이어리스모듈 한국 대표로 임명됐다. 38세에 한국 책임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팀워크를 발휘해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그는 인재경영 전문가를 자임한다. 그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살피고 절충할 부분을 찾아내려고 노력한다”며 “사람을 뽑을 때도 1년 이상 지켜보며 개인적인 이야기나 주변 사람들의 평가를 듣는다. 술도 같이 마시고 여러 면모를 보다가 뽑으면 가족처럼 대한다”고 설명했다. 실례로 그가 2009년 신테리온와이어리스모듈에 있을 때 한 여성 직원은 당시 임시직이었으나 그의 세심한 지원으로 7년 뒤 젬알토 아시아태평양 CRM 부문 총괄이 됐다. ‘보고할 때 자신이 분석한 결론을 낼 것’ ‘자기계발에 투자할 것’ 등의 조언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그가 신테리온와이어리스모듈에 몸담았을 때 이런 일도 있었다. 당시 한국 시장에 통할 한국형 M2M 모듈이 필요하다고 본사에 건의했지만 시장 규모가 작아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를 비롯한 한국지사 임원 전체가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해 관철시킨 적도 있다. 보다폰IoT코리아에서 함께 일하는 한 임원도 그와 10년 가까이 호흡을 맞춰왔다.
앞서 휴대폰 제조사 세원텔레콤 등 휴대폰 영업에 몸담다가 지멘스 무선통신모듈 부문으로 이직할 때는 주위에서 “미래가 불확실하다”며 말렸으나 “IoT 분야가 커질 것이라는 감이 있었고 남들이 가는 길이 아니더라도 재미있고 잘하는 일을 따랐다”고 회상했다.
3년 전 보다폰IoT코리아 대표를 맡고 나서 이제는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서 IoT 솔루션으로 승부를 걸 계획이다. 보다폰은 영국 최대 규모의 글로벌 통신사로 글로벌 네트워크가 좋다. 하지만 국내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글로벌 10대 건설중장비 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가 만드는 중장비에 보다폰의 IoT 커넥션을 적용해 기계가 고장 나기 전에 문제를 감지하고 해결하도록 했다. 두산인프라코어 측에서는 업무효율이 높아지자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의 해외진출도 지원한다. 보다폰 네트워크망을 이용해 쓰레기통이 꽉 차면 자동으로 수거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이큐브랩’의 스마트 쓰레기통을 수출할 수 있도록 했다. 이큐브랩은 수출할 때마다 각 지역에 네트워크 사용 계약을 맺을 필요 없이 보다폰 네트워크를 활용한다.
그는 이에 대해 “앞으로 할 일은 IoT 부문의 글로벌 트렌드를 한국에 알려주는 일”이라며 “한국은 IoT 강국이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아시아에서 IoT·스마트팩토리 등의 정부 지원이 가장 활발한 곳이 중국과 한국인 만큼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최근 보다폰이 내놓은 보고서에도 한국 기업의 84%가 IoT 솔루션을 미래 성공을 위한 필수 요소로 여기지만 접근방식에 대해 어려워한다는 결과가 담긴 바 있다. 이 대표는 “IoT는 단순히 하드웨어의 문제가 아니라 서비스 영역”이라며 “앞으로 IoT를 활용해 어떻게 시장을 넓혀가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할지 집중하는 데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oT 솔루션을 도입하려는 기업은 보안 문제만 우려하지 말고 IoT를 활용해 어떻게 차별점을 만들어낼지, IoT를 하드웨어로만 생각하지 말고 관련 서비스를 어떻게 구상할지 등을 실행하며 보완책을 찾아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한편 보다폰은 IoT 업계에서 20년 이상 관록을 쌓았고 현재 1,400여명이 IoT 부문에 종사하며 이 중 400여명의 전문가·연구원 등이 오랜 경험을 활용해 IoT 솔루션을 단순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하드웨어와 애플리케이션·서비스 공급자를 모두 통합한 접점을 제공해 보다폰의 글로벌 네트워크 하나로 상호작용을 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정보 보안 이슈가 커지는 상황에서 보다폰의 경우 고객별 IoT 전용 통신 파이프라인을 제공, 일반 통신망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보안 우려 문제를 해소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정혜진기자 madein@sedaily.com
△1971년 서울 △1993년 미국 미시간주립대 대인커뮤니케이션 전공 △1999년 세원텔레콤 해외영업팀 근무 △2002년 인터큐브 CDMA 무선모듈 등 총괄 △2004년 한국지멘스 무선통신모듈 부문 △2008년 신테리온와이어리스모듈 한국 대표 △2010년 젬알토 M2M 한국 대표 △2013년 보다폰IoT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