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기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서울경제DB
정만기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구조조정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국가 산업 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는 자리다. 정 차관은 19일 취임 후 한 달 만에 세종청사에서 첫 간담회를 열고 “대기업의 상황은 겉으로 보이니까 알 수 있지만 그 아래 작은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잘 알지 못한다”며 “정부가 나서서 구조조정을 진행하면 선무당이 사람 잡는 격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차관은 “정부가 나서기에는 우리 산업이 너무 크다”면서 “시장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6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신설하고 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휘하는 이 회의는 2년 한시의 회의체로 산업부 장관, 고용노동부 장관, 금융위원장이 상임위원으로 참여한다. 금융위원장이 분과장을 맡는 기업구조조정 분과는 경영의 문제가 있는 기업의 구조조정 방향을 짜고 산업부 장관이 분과장인 산업구조조정 분과는 기업 사업재편 지원, 중장기 산업경쟁력 제고 방안 등을 마련하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달 13일 시행된 사업재편을 지원하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에 따라 기업의 자율적 사업재편도 지원하고 있다. 산업부는 이달 내로 조선과 철강, 화학 등 공급과잉업종에 대한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철강, 조선·해양플랜트, 석유화학 등의 업계에서는 협회를 중심으로 공급과잉 현황을 진단하는 컨설팅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철강 보고서를 맡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중간 보고서에서 우리 조선업의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보고 철강 후판 공장을 줄여야 한다는 내용을 내놔 업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정 차관은 “1차 보고서도 아직 안 나왔다”며 “기밀이라는 이유로 정부에도 보여주지 않고 있는데 정부는 그 내용을 나중에 참고만 할 뿐”이라고 밝혔다.
전기 사용량이 많은 가정에 높은 요금을 내게 하는 누진제에 대해서는 “연말까지 결론을 낼 것”이라며 “불합리한 요인은 조정하겠지만 제약 요인은 있다”고 말했다. 정 차관은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BAU·business as usual) 대비 37%의 온실가스를 자발적으로 감축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려면 석탄화력발전소와 원전을 못 짓게 하고 이산화탄소(CO₂) 감축을 위해 전기차,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등이 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이 (전력시장에) 투자를 하려면 수익이 나야 하는데 전기요금이 너무 싸면 팔릴지 의문”이라며 “이런 제약 요인을 (관련 부처에) 전달해야 하는데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달 29일부터 열리는 국내 최대 쇼핑관광축제 ‘코리아 세일 페스타’에 대해서는 “물건만 파는 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관광 등 문화와 같이 결부시켜야 품격이 올라갈 것”이라고 전했다.
/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